아끼다 똥 됐다.
인사팀에서 다급하게 날 찾았다. 연말 정산 예상 내역을 보니 ‘22만 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충격적인 소식인가. 22만 원을 받으면 받았지 토해내라니? 지금껏 연말 정산을 하면 최소 10만 원, 많으면 30만 원을 환급받았다. 이번에 돌려받으면 맛있는 참치 회를 먹으러 가려했다. 젠장, 참치회는 무슨 참치캔도 못 사 먹을 것 같다.
좌절에 빠져있는 나에게 인사팀 담당자는 “결혼도 연애도 안 해서 신용카드, 체크카드 사용 내역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더 내야 한다.”라고 했다. 뼈 때리는 폭언에 마음이 무너졌다. 22만 원을 내야 한다는 말 보다 더 쓰라렸다. 우스개 소리로 떠돌아다니던 ‘솔로세’가 바로 이런 것인가, 슬프고 창피했다.
2020년 출발이 시원치 않다. 작년이 좋지 못해 올해 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2020년 1월의 중반이 지났다. 앞으로 11개월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남아있다. 그간 못 긁었던 카드를 올해는 나를 위해 써야겠다. 겁나서, 무서워서, 아까워서 참았던 일들을 모두 해보는 ‘나에게 환급해주는 한 해’로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