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를 사용하며 가끔 놀랄 때가 있다. 큰 일을 마친 후 세정 버튼을 눌렀는데 엉뚱한 곳에 물줄기가 날아와 꽂힌다. 사람마다 ‘그곳’ 위치가 달라, 앞서 일을 본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물 세기가 강하게 설정되어 있을 땐, 내가 앉은 곳이 비데인지 펌프인지 헷갈린다. 쾌변 기쁨도 잠시 버튼 하나로 아픔을 겪고 화장실을 나선다.
생체 정보를 이용한 인식 기술은 많은 곳에 상용화됐다. 어릴 때 봤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홍채 인식’은 휴대폰 잠금 해제나 계좌이체, 결제 등 에 사용된다. 공항 출입국 심사대에 설치된 ‘안면 인식’,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지문 인식’ 등 수많은 곳에서 생체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발달된 문명의 혜택을 누릴 때면,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비데에도 ‘생체 정보 인식 기술’을 심는 것이다. 바로 ‘항문 인식’이다. 노즈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엉뚱한 곳으로 솟구치는 걸 막을 수 있다. 정확한 원점 타격으로 세척력 증가에 큰 도움을 준다. 물이 닿는 곳을 향해 엉덩이를 어기적 옮길 필요도 없다. 사용하며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그곳’에 맞는 수압, 온도, 세척 시간을 제공한다. 하나의 비데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것은 혁신이다.
이런 기술이 있는지 검색해보려 휴대폰을 들었다. 홍채인식 잠금 해제가 두 어 번 실패했다. 비데도 인식에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뿐인데 얼굴을 향해 물이 분사된다면? 충격적이다. 발달된 기술이 얼굴을 ‘그곳’으로 인식한다면 자괴감이 쏟아질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럴 일이 ‘절대’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항문 인식’ 비데 개발과 상용화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반대한다.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