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급 인간

작년 한 해, 업무평가가 나왔다. 재미있는 건 내 점수를 동료에게 먼저 들었다. 팀의 관리자가 팀원을 불러 결과를 비밀리에 공개하는데,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신기하다. 역시 회사엔 눈도 많고 입도 많다. 다시 한번, 입 조심을 다짐했다.

회사에선 자나 깨나 입조심!

난 진급대상도 아니다. 평가가 연봉 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회사도 아니다. 짤리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며 작년 한 해를 보냈다. 동료에게 전해 들은 평가 점수는 ‘C’였다. 최하점 D급은 면했다. 

큰 야망을 가지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내가 올라가 봐야 얼마나 올라가겠나? 나에게 회사는 그저 돈 버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기분이 씁쓸했다. 낮은 등급이 나와서가 아니다. ‘평가’보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기분 나빴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며, 하나하나 채점했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난 큰 이유 없이 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겐 나를 평가하는 채점 요소였다. 그에게 난 C급 인간이었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내 인생의 성공이 아니다. 회사의 모습은 내 인생 중 극히 일부의 모습이다. 여기서 ‘C급’이라 해서 다른 곳에서도 ‘C급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