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빅스비, 내일 날씨 알려줘" 발달된 문명의 혜택은 이런 것 인가? 휴대폰은 책상에 있지만 침대에 누워 내일 날씨를 확인한다. 내 목소리를 인식한 빅스비는 내일 날씨를 알려준다. 자비스에게 일 시키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기분이 이런 건가 보다.
똑똑한 빅스비는 내일 일교차가 심하니 외투를 챙기라는 달달함까지 갖췄다. 미세먼지가 '나쁨'이라 마스크도 잊지 말라고 한다. 이제는 생필품이 된 '마스크'를 벗어던질 날을 기다리며 이불을 한 아름 껴안았다. 그때 이상한 점이 생각났다. 이불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미세먼지가 ‘나쁨’이라고? 그럼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좋음’인가?
미세먼지는 폐 기능을 감소시키고 기관지염을 유발한다. 특히 심장, 폐질환자, 아이와 노인,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이다. 높은 농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사망률도 증가한다. 세계 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는 ‘좋음’이 없다. 나쁨을 넘어 극도로 ‘나쁜 물질’이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 ‘미세먼지 좋음’이라고 한다. 이는 ‘틀린 말’이다. 미세먼지가 ‘짙음’, ‘매우 짙음’이나 미세먼지로 대기 질이 ‘매우 나쁨’ 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본다.
틀린 말은 우리가 숨 쉬는 대기 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숨죽여 일하는 회사에서도 맴돌고 있다. 퇴근 시간 오후 6시가 되면 짐을 싼다. 그 모습을 본 직장 상사는 “왜 이렇게 일찍 퇴근해?”라며 나무란다. 쭈뼛쭈뼛 다가가 최대한 미안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겠습니다” 상사는 못마땅한 듯 인사를 받는 둥 안 받는 둥 하며 모니터만 응시한다. 불편한 마음으로 ‘일찍’ 퇴근한다.
미세먼지 ‘좋음’처럼 틀린 표현이 있다. ‘일찍’이란 단어다. 사전적 정의는 ‘일정 시간보다 이르게’라는 뜻이다. 5시 55분이나 6시가 되기 전 퇴근하는 것이 ‘일찍’이다. 근무 시간이 끝난 6시니까 ‘일찍’ 가는 것이 아니다. 상사는 잘못된 표현을 했다.
그렇다면 정확한 표현은 무엇일까? "벌써 6시 5분이야, 늦었어. 빨리 퇴근해" , "수고했어 어서 가",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가 옳은 표현이다. 더 좋은 건 6시 정각이 되는 순간 “나 먼저 갈게” 라며 상사가 먼저 회사 밖을 나서는 것이다. 언제쯤 틀린 표현을 고치는 날이 올까. 하늘을 뒤덮은 짙은 미세먼지처럼 회사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일찍 자고 싶었지만 오늘도 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