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이와의 하루
나는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하지만 결코 같지만은 않다.
심한 자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하루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아침.
늘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알람.
그리고 그보다 한 시간도 일찍 일어나는 너.
혹은 한 시간도 늦게 일어나는 너.
오늘은 삼십 분 일찍 일어나,
내가 있는지 확인한다.
엄마가 있는 걸 확인하곤
바로 방바닥에 쪼그려 앉아 기저귀에 대변을 본다.
우리 아이는 9살.
아직 기저귀를 사용한다.
인지는 2~3살 정도.
한마디 말도 못 하는, 심한 자폐를 가지고 있다.
점심.
밥을 먹는다.
늘 먹는 메뉴만 먹는다.
새로운 음식은 도전조차 하지 않고 거부한다.
먹던 음식조차 어느 날은 거부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바닥을 친다.
자기 얼굴을 다 긁어놓는다.
내 머리를 쥐어뜯으려 달려든다.
그런 아이를 데려다 앉혀놓고
ABA 식 교육을 하며 행동 교정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하나 더 가진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시간을 버틴다.
저녁.
아이를 재운다.
매번 반복되는 하루의 마무리 시간.
자폐 아이의 하루는 정해진 루틴이 중요하기에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이고, 씻기고,
불을 끄고, 자장가를 틀고 눕는다.
잠이 들기까지의 약 한 시간.
그렇게 오늘도, 장애 아이의 엄마로서
하루를 더 살아냈다.
너와의 기록도 하루 더 쌓였다.
《아침, 점심, 저녁》
아침,
눈뜨자마자 너를 한가득 눈에 담는다.
너도 나를 그렇게 마주 보고 웃는다.
오직 너와 나만 이곳에 있는 듯이, 그렇게.
점심,
이유 없이 모든 악을 점철해 나에게 쏟는다.
어느새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하염없이 생기는
공허함을 어찌할 줄 모른다.
점점 작은 균열이 어느 깊이까지 파였는지 모르는
심연이 되어 가라앉는다.
저녁,
다시 또 두 팔을 뻗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찾아
우는 너를 안아 달래 주며
“잘 자라, 내 아가.”
그렇게 오늘도 너와 밤을 이별한다.
그렇게 매일을 반복하는 일상에서
나는 너와의 기록을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 기록이, 내일은 좀 더 좋은 내용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