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정리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2023년 10월,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무역 규칙이 시작되었습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줄여서 CBAM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만큼 파급력이 큰 변화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국내 중소기업의 78.3%가 이 제도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쓰나미가 다가오는 것을 모른 채 해변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죠.
이 제도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를 다루는 기업들에게는 생존을 건 도전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변화의 실체를 차근차근 파헤쳐보겠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을 줄여서 CBAM이라고 부릅니다. 이름부터 복잡하지만 개념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 EU로 들어올 때, 그 제품을 만들면서 배출한 탄소만큼 돈을 내라는 것입니다. 마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것을 관세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인증서를 사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EU 수입업자가 해당 상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거죠. 이 인증서 가격은 EU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주간 평균 가격을 따라갑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같은 철강제품을 만들 때 EU 역내 기업은 EU-ETS로 100유로를 지불하고, 한국 기업은 탄소비용으로 60유로를 지불했다면, 한국 기업은 차액 40유로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합니다. 결국 모든 기업이 같은 탄소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죠.
가장 큰 이유는 탄소누출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탄소누출, 참 생소한 용어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EU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해답의 핵심입니다.
탄소누출이란 한 국가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어 생산비용이 오르자, 기업들이 규제가 느슨한 다른 나라로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그런 나라에서 만든 제품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결국 지구 전체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EU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합니다. 환경을 지키려고 열심히 규제를 만들었더니, 정작 자국 기업들만 손해를 보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제품들이 시장을 점령하는 상황이 된 거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Leveling the playing field'라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EU-ETS 적용을 받아 높은 탄소비용을 지불하는 EU 생산자와 그렇지 않은 외국 생산자 사이의 경쟁 조건을 맞추겠다는 것이죠.
CBAM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제도가 아닙니다.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이 발표될 때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유럽 그린딜은 유럽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부흥을 위한 거대한 청사진입니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0~55% 줄이고, 2050년에는 아예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CBAM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로 기획된 것입니다. 단순히 환경보호만이 아니라 유럽 경제의 미래를 위한 산업지원 정책이자 동시에 통상정책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전환기간입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이어지는 이 시기에는 분기별로 탄소배출량 보고서만 제출하면 됩니다. 인증서는 아직 사지 않아도 되죠. 마치 새로운 게임의 튜토리얼 기간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2026년 1월부터는 게임이 시작됩니다.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시작되고, 더 엄격한 배출량 검증이 요구되며, 위반 시에는 높은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현재 적용되는 품목은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대 품목입니다. 여기에 철강과 알루미늄의 2차 가공제품도 포함됩니다. 앞으로 유기화학물질과 폴리머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니 영향 범위는 계속 커질 것입니다.
EU가 첫 번째이지만 결코 마지막은 아닙니다. 미국은 청정경쟁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과 호주, 캐나다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즉, CBAM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런 탄소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변화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첫 번째 파도인 셈이죠.
안타깝게도 우리 기업들의 준비 상황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중소기업의 78.3%가 CBAM을 모르고 있고, EU 수출 중소기업의 54.9%가 특별한 대응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체계를 파악하고 있는 기업은 21.1%에 불과합니다.
2026년 본격 시행까지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수치는 정말 심각합니다. 마치 시험 전날 밤에 교과서를 처음 펼쳐보는 학생 같은 느낌이랄까요.
EU 탄소국경세는 단순한 환경규제를 넘어 글로벌 무역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역사적인 제도입니다. 19세기 산업혁명, 20세기 정보혁명에 이어 21세기 탄소혁명의 신호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기업들이 EU 시장에서,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변화를 기회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CBAM의 세부 규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히 어떤 품목에 적용되는지, 탄소배출량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신고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 실무진들이 꼭 알아야 할 디테일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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