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를 거래하는 시대, 물류업계에서 바라본 변화의 물결

by GLEC글렉

지난 여름,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본 풍경이 아직도 선명하다. 끝없이 펼쳐진 물류센터들과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트럭들.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은 '저 모든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탄소는 과연 얼마나 될까'였다.


물류와 운송 분야에서 일하며 탄소배출량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처음엔 단순히 기술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이제는 이 일이 우리가 살아갈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배출권 거래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 변화의 파도가 물류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영어로는 Cap and Trade라고 불리는 이 제도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정부가 총 배출량의 상한선을 정하고, 기업들이 할당받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한다는 개념 자체가 참 흥미로웠다. 마치 탄소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다소 생경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정책 도구인지 깨닫게 되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이 제도의 역사를 되짚어보니, 2005년 EU-ETS가 출범한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일이다. 당시만 해도 전력과 제조업 중심이었던 이 제도가 이제는 항공업계를 거쳐 해운업계까지 포괄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물류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 운영하는 Cap-and-Trade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현지 물류 기업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였는데, 그들이 운송연료까지 포함된 배출권 거래제 아래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탄소관리를 하고 있는지 보고 놀랐다.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들이 인상적이었다.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중국이 2021년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출범한 것이 큰 변곡점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K-ETS를 운영하고 있어서, 국내 물류센터와 대형 운송업체들이 이미 이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던 기업들도 이제는 나름의 대응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만난 물류기업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출권 거래제가 가져온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역시 비용 구조의 변화다. 배출권 구매 비용이라는 새로운 항목이 운영비에 추가되면서, 모든 기업이 비용 효율성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화물 운송량이 많은 대형 업체일수록 이런 변화를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 가속화다. 배출권을 사는 것보다 차라리 친환경 기술에 투자해서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전기차 도입, 운송 경로 최적화, 물류센터 에너지 효율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세 번째는 공급망 전체의 탄소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 고객사까지 포함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얼마 전 만난 한 물류기업 대표는 "우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모든 파트너들과 탄소감축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현재 업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물류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확한 탄소배출량 측정과 모니터링이다. 배출권 거래제에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IoT 센서나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서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추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정밀하고 효율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운송수단의 친환경 전환도 핵심 과제다. 전기차, 수소차 같은 무공해 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차량들도 연비를 개선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트럭 운송에서 철도나 해운으로 전환하는 모달시프트도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물류업계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물류센터와 창고 운영의 효율화도 빼놓을 수 없다. 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아예 탄소중립 물류센터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AI로 최적의 배송 경로를 찾고, 빅데이터로 수요를 예측하고, 블록체인으로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기술들이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을 직접 적용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효율성 자체를 높이는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앞으로 배출권 거래제는 어떻게 발전할까. 여러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고, 해외 사례들을 분석해본 결과, 적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 같다. 현재는 주로 대기업 중심이지만, 점차 중소기업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직 포함되지 않은 해운업계 같은 분야들도 조만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연계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지금은 지역별로 따로 운영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연결되어 진정한 글로벌 탄소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국제 물류기업들에게는 더 복잡한 도전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배출권 가격 상승도 불가피해 보인다.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한도를 점점 줄여나가고 있어서, 배출권의 희소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물류기업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물류기업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눈앞의 비용 절감보다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도 필수다. 초기 비용이 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쟁우위를 가져다줄 것이다.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인재 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탄소관리 전문가, 친환경 기술 전문가 등 새로운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배출권 거래제는 물류산업에게 도전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정확한 측정부터 시작해서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를 거래한다는 것, 환경을 위한 노력이 곧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 모든 변화들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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