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물류 산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이 업계가 얼마나 빨리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에서 시행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즉 CSDDD가 던진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처음 이 규제에 대해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또 다른 규제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이것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간 매출 1억 5천만 유로 이상의 유럽 기업들과 4억 유로 이상의 비유럽 기업들이 대상이지만, 결국 공급망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아침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생각해보곤 한다. 우리가 운송하는 수많은 화물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운송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얼마 전 한 유럽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단순히 운송 서비스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확한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요구했다. 그것도 운송 경로별로, 운송 수단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사항임을 깨달았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효율성과 비용 최적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더해졌다. 이것은 단순히 추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얼마 전 창고에서 일하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냉장 화물과 일반 화물의 탄소배출량 차이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온도 유지만 신경 쓰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적 영향을 추적해야 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들이 물류 현장에 도입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기술이 우리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동시에 더 투명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화물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각 단계에서의 환경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진전이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협력업체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대화가 오간다. 단순히 계약 조건이나 가격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속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때로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지만, 결국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며칠 전, 한 작은 운송업체의 대표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새로운 규제 요구사항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은, 이런 변화가 오히려 작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정확하고 투명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규모가 작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배출량 측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뒤에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가 있다. 제3자 검증을 받고,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부담스러워한다. 추가적인 비용이 들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니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우리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다. 친환경 운송 수단을 도입하고, 더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지속가능성 컨설팅이나 ESG 리포팅 지원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더 전문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 우리 팀에서는 기존의 운송 관리 시스템과 창고 관리 시스템을 연동하여 자동으로 배출량을 계산하고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지만, 점점 안정화되어가고 있다. 각 고객사별로 다른 요구사항에 맞는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도 이제는 일상적인 업무가 되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중요하다. CSDDD와 ESG에 대한 이해 없이는 새로운 요구사항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전담 조직을 구성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직원이 이런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해보면, CSDDD는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국가들이 비슷한 규제를 도입할 것이고, 요구 수준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변화에 먼저 적응하고 준비하는 기업들이 미래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물류업계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혼란스럽고 복잡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규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다.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함께 걸어가면서 더 나은 물류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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