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느껴지던 변화의 기운이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물류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ESG 담당자로 일하며 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쏟아지는 탄소 규제 관련 뉴스들을 정리하다 보면, 우리 업계가 마주한 거대한 전환점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물류라는 산업의 특성상 우리는 언제나 움직임과 함께했다. 화물을 싣고 목적지까지 달려가는 트럭 소리, 창고에서 들려오는 지게차의 경적소리,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의 소음까지. 이 모든 움직임 너머에는 연료가 타면서 배출되는 탄소가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 그 당연함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시작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탄소는 더 이상 환경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곧바로 비용이고, 경쟁력이며,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몇 달 전 유럽 거래처와의 미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앞으로는 탄소배출량을 공개하지 않는 물류업체와는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단호한 말투에서 변화의 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요구사항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의 룰이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이 발표되고, 각 산업별로 구체적인 감축 목표가 제시되면서, 물류업계는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교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처음 이 변화를 마주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기억난다. 수십 년간 효율성과 속도만을 추구해온 업계에서 갑자기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니. 그것은 마치 지금까지 써온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이 변화가 단순히 규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은 우리 업계가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마치 디지털 전환이 물류업계에 새로운 효율성을 가져다준 것처럼, 탄소 관리 역시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탄소배출량 측정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연료 사용량 정도만 파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복잡했다. 운송 거리, 적재량, 공차율, 차량 연비까지 모든 것이 변수였다. 더 나아가 직접배출뿐만 아니라 간접배출까지 고려해야 했고, 공급망 전체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해야 했다.
Scope 1, 2, 3라는 용어들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우리 업무의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 특히 Scope 3의 경우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라 물류업계에서는 그 비중이 매우 컸다. 화주업체, 운송업체, 창고업체, 포워딩업체까지 모든 파트너들과의 협력 없이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다.
기술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IoT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료 사용량을 추적하고, GPS 데이터로 정확한 운송 거리를 계산하며, AI를 활용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디지털 기술들이 점차 우리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구성원들이 그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또 해야 할 일이 늘었네"라며 부담스러워하던 직원들도, 탄소 관리가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에게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당연한 가치였고, 회사가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오히려 반겼다. 몇몇은 자발적으로 관련 교육을 받고 사내 스터디를 만들기도 했다.
고객들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일부 글로벌 기업들만이 탄소배출량 정보를 요구했는데, 이제는 중소기업들까지 물류서비스 선택 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친환경 배송" 옵션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변화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탄소 중립이라는 흐름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은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대한 전환이었고, 우리는 그 한복판에 서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들었고, 기존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때로는 단기적인 비용 상승 때문에 경영진을 설득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기업들이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마치 디지털 전환 초기에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 서비스에 먼저 투자한 기업들이 지금의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동료들과 함께 세운 중장기 계획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5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는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도입 로드맵,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 물류센터 효율성 개선 프로젝트까지, 하나씩 실행해나가다 보면 분명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다. 지금 우리가 하는 노력들이 그들에게 좀 더 깨끗한 공기와 건강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류업계의 탄소 규제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부담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새로운 기회이자,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이 그리 험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두렵다. 하지만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2025년, 물류업계에 불어온 탄소 규제의 바람이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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