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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숨 쉬는 소리를 듣고 있나요

by GLEC글렉

아침 출근길,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문득 생각해봅니다. 내가 주문한 택배 상자들이 어디서 왔을까요. 새벽에 주문한 물건이 당일 배송으로 집 앞에 도착하는 이 놀라운 일상 뒤에는 수많은 트럭들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배들이 바다를 건너며, 비행기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지구는 조용히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최근 CDP에서 발표한 2024년 기후변화 대응 순위를 보며 깊은 감회에 젖었습니다. 숫자로만 보던 탄소배출량이 갑자기 살아있는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물류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평가 결과를 통해 그 무게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CDP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이 기관은 우리 일상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얼마나 지구를 생각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일종의 환경 평가 기관입니다. 매년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공개 현황과 감축 노력을 들여다보며, 지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의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평가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물류 기업들의 변화였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빨리, 저렴하게'만 생각했던 산업이 이제는 '지속가능하게'라는 새로운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마치 사춘기를 겪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류 산업의 탄소배출량 현황을 살펴보면, 그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택배 서비스부터 국제적인 무역까지, 모든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상상 이상입니다. 트럭이 도로를 달릴 때마다, 컨테이너선이 바다를 건널 때마다, 항공기가 하늘을 날 때마다 생기는 보이지 않는 발자국들이 지구에 새겨지고 있습니다.


CDP 평가는 세 가지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는 투명성입니다. 기업이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정확히 측정하고 솔직하게 공개하는지를 봅니다. 두 번째는 위기 관리 능력입니다. 기후변화가 사업에 미칠 영향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하고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세 번째는 실행력입니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수립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구를 위한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어떤 기업은 전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있고, 어떤 기업은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며, 또 어떤 기업은 인공지능을 통해 최적의 운송 경로를 찾아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마지막 마일 배송에서의 변화입니다. 우리 집 앞까지 오는 그 마지막 구간에서 전기차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용히 다가오는 배송 차량을 보며, 이제는 소음도 줄이고 공기도 맑게 만드는 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창고 운영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물류창고에서는 자연의 힘으로 상품들이 분류되고 포장됩니다. 마치 지구가 직접 우리의 일상을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놀랍습니다. IoT 센서와 GPS 추적,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략적으로만 알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정확한 숫자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의 변화도 인상적입니다. 대형 기업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고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량 측정 도구부터 전문 컨설팅까지, 중소기업들도 친환경 경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함께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 바이어들과 투자자들이 환경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CDP 등급이 실제 사업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고객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빠르고 저렴한 배송만을 원했다면, 이제는 친환경적인 배송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지구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각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ESG 투자가 이제는 예외가 아니라 당연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돈의 흐름까지 바꾸는 환경 의식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규제 환경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도입과 우리나라의 K-택소노미 확대로 인해, 탄소배출량 관리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도 희망적입니다. 블록체인을 통한 탄소배출량 추적 시스템은 상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합니다. 마치 물건 하나하나가 자신의 환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활용도 놀랍습니다. 과거의 운송 데이터와 날씨 정보, 교통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냅니다. 기술이 환경을 위해 일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GLEC와 같은 전문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탄소배출량 측정과 관리를 도와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많은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도 함께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미래를 바라보면 CDP 평가 기준은 더욱 엄격해질 것입니다. 단순한 공개를 넘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부담스럽기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 관리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모든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협력의 힘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드론 배송, 수소 연료전지 등 차세대 기술들이 물류 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 보호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변곡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류 산업의 변화는 그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매일 받는 택배 상자를 볼 때마다, 이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상자가 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생각하며 노력했을까요. 그리고 나는 소비자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CDP 평가에 참여하고,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물류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날을 상상해봅니다.


지구가 다시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물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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