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나는 물류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언가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바다 위에서 멀리 보이는 거대한 파도처럼, 그 변화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이른바 SBTi가 발표한 새로운 기준들이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또 하나의 규제인가, 아니면 진정한 변화를 위한 발걸음인가. 물류업계에서 십여 년을 보내며 무수한 변화를 겪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직감이 들었다.
물류라는 것은 참 묘한 업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연결하는 혈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트럭이 지나가며 내뿜는 매연, 물류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까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모든 것들을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SBTi의 새로운 기준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눈감을 수 없다고, 변화해야 한다고. 파리협정의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탄소감축목표 설정이라는, 언뜻 들으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위한 절실한 외침이었다.
특히 새로운 기준에서 주목하는 것은 스코프3 배출량이었다. 이는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차량이나 시설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넘어,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출량을 의미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막막함을 느꼈다. 우리가 관리해야 할 범위가 얼마나 넓어지는 것인가.
물류업계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한 컨테이너 화물이 부산항에서 출발해 유럽의 작은 도시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추적했을 때였다. 선박, 트럭, 철도, 때로는 항공까지, 수많은 운송수단을 거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 여정은 마치 하나의 장대한 서사시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름다운 여정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기존에는 연료 소비량이나 운송 거리 같은 기본적인 지표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은 훨씬 더 세밀한 접근을 요구한다. 적재율은 얼마나 되는지, 공차로 운행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운송 경로는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 심지어 화물의 종류에 따른 탄소집약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물류업계는 지금까지 경험과 직감에 의존해왔다. 베테랑 운전기사의 노하우, 물류 관리자의 경험,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운영 노하우.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자산이었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날,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 만난 중소 물류업체 대표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변화는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은, 아마도 많은 물류업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일 것이다.
중소 물류업체들에게는 이번 변화가 더욱 큰 도전이다. 제한된 자원과 전문성으로 새로운 기준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협력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거나,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물류업계에서도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IoT 센서, GPS 추적, 블록체인 기술 등, 한때는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들이 이제는 물류 현장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운송 최적화 시스템은 연료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게 해주고, 실시간 교통 정보와 날씨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적의 운송 경로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고객들의 변화하는 요구사항이다. 과거에는 빠르고 저렴한 배송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탄소배출량까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었다. 어느 온라인 쇼핑몰에서 '탄소중립 배송'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을 보았을 때, 시대가 정말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 물류를 다루다 보면, 국가마다 다른 기준과 규제로 인한 복잡함을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SBTi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러한 복잡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해사기구나 국제민간항공기구 등의 국제기구들과의 조화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물류업계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한 발표자가 인상적인 말을 했다. "탄소중립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라고. 처음에는 단순한 구호처럼 들렸지만, 깊이 생각해보니 그 말에 담긴 의미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국에는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물류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이 그 말 속에 담겨 있었다.
물류업계의 미래를 그려보면,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2025년을 시작으로 향후 5년 동안 물류업계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탄소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 전문 인력 양성, 기술 투자, 그리고 협력 파트너십 구축까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를 단순한 규제 대응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진정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제 물류업계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류업계에서 보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다르다. 단순히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위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물류의 미래가 있다.
때로는 힘들고 복잡한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물류업계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항해의 끝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더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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