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현장에서 배운 마지막 한 걸음의 무게

by GLEC글렉

어느 가을날 저녁, 물류센터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수많은 불빛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기다림이고, 그 기다림을 채우기 위해 밤낮없이 달리는 배송차량들의 여정에 대해서 말이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이 전체 물류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 수치로 보면 정확히 53%에 달한다. 처음 이 숫자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물류센터에서 고객의 문앞까지, 그 마지막 구간이 전체 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니.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복잡한 여정을 떠올려보자. 2024년 기준 국내 택배 시장 규모가 8조 원을 넘어선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라스트마일 배송이란 물류센터에서 최종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전체 물류 과정의 35%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물류업계의 책임감을 새삼 깨달았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환경적 비용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길을 찾는 새로운 방법

몇 년 전, 20년 경력의 베테랑 배송기사 김씨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발품으로 길을 익혔지만, 이제는 기계가 더 똑똑해졌어요." 그의 말처럼 배송 경로 최적화는 물류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배송 방식에서는 배송기사의 경험과 직감에 의존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이 실시간 교통 정보와 배송지 밀집도, 고객의 선호 배송 시간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경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배송 거리를 평균 15-20%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주요 택배회사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는 놀라웠다. 배송 시간이 30% 단축되고 운송비가 25% 절감되었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는 교통 체증을 피하는 경로 설정을 통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활용한 동적 경로 계산, 배송지 밀집도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순서 설정, 고객 부재 패턴 분석을 통한 재배송 최소화, 차량 용량과 배송량을 고려한 최적 배차 계획 등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녹색 바퀴가 굴러가는 미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류업계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배송 수단의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전기차, 수소차, 전기 자전거 등의 친환경 배송 수단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운영비 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실제로 전기 배송차량의 운영비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40% 저렴하다. 정부의 친환경 차량 지원 정책으로 인해 구입비 부담도 크게 줄었다. 특히 도심 배송에서는 전기 자전거나 전기 스쿠터를 활용하여 교통 체증을 피하고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배송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


한 전기 배송차량 운전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충전이 걱정되었는데, 막상 써보니 조용하고 연료비도 안 들고, 무엇보다 환경을 생각하며 일한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친환경 배송 수단을 도입한 기업들은 ESG 경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투자 유치나 대기업 협력 기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 사업 확장과 매출 증대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작은 허브들이 만드는 큰 변화

라스트마일 배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열쇠는 스마트 허브와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의 활용이다. 기존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먼 거리를 배송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배송 거점을 설치하여 배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이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고객 반경 5-10km 내에 위치하여 당일 배송이나 익일 배송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배송비를 30-40% 절감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주문 패턴을 분석하여 자주 주문되는 상품을 미리 마이크로 센터에 배치하면 배송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스마트 허브에서는 AI 기반 재고 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요 예측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높여 불필요한 재고 보유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품절로 인한 고객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여 인건비를 절감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어느 마이크로 센터 관리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작은 센터지만 지역 주민들과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빠른 배송으로 고객들이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마지막 걸음을 내딛으며

라스트마일 배송 최적화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물류 생태계 구축의 핵심 요소다. 경로 최적화, 친환경 배송 수단 도입, 스마트 허브 활용 등의 전략을 통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하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화되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최적화 전략은 규제 대응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물류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물류센터 창밖의 불빛들을 다시 바라본다. 저 불빛들이 더 이상 단순한 소비의 상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 한 걸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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