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인이 마주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그날은 유독 더웠습니다. 2024년 7월, 온도계가 38도를 가리키는 날이었죠. 저는 한 중견 물류업체 대표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표정에서 깊은 고민이 읽혔습니다.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TCFD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주요 고객들이 자꾸 ESG 어쩌고 탄소중립 어쩌고 하면서 요구사항을 늘려가고 있어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순간, 저는 이 업계의 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마음 말이죠.
사실 TCFD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의 제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2015년 금융안정위원회가 설립한 이 협의체의 이름을 듣고, '또 하나의 복잡한 규제가 생겼구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TCFD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기업이 기후변화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존재라는 것을요.
TCFD는 네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그리고 지표 및 목표. 마치 든든한 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와도 같죠. 각각의 영역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기업의 기후 탄력성을 높여줍니다.
최근 들어 물류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부터 시행되는 CSRD, 12월부터 적용되는 EUDR 규정까지.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물류업체 운영팀장님의 이야기가 생생합니다. "우리 회사 냉장차 20대가 폭염 때문에 동시에 고장 났어요. 하루 만에 50억원이 날아갔죠. 그때 깨달았어요. 기후변화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이런 일들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항만 마비,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침수, 폭설로 인한 고속도로 통제. 예전에는 예외적인 상황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는 항상 기회가 숨어있습니다. 저희가 컨설팅했던 한 대형 물류업체는 일찍이 전기차 전환에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용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그린 물류 서비스로 기존 대비 40퍼센트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요.
또 다른 회사는 AI 기반 경로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연료비를 25퍼센트나 절약했습니다. 고객들도 실시간으로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고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먼저 현재 상황을 파악해보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주요 위험 요소들은 무엇인지 말이죠. 그다음에는 경쟁사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중소벤처기업부의 ESG 경영 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친환경 물류 지원사업 등을 활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류업계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6퍼센트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책임도 크지만, 기회도 큽니다. 지금 시작하는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파도를 타고 새로운 바다로 나아갈 것인가.
저는 믿습니다. 오늘도 묵묵히 길 위에서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 물류인들이 이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TCFD 대응을 위한 조직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누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 및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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