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부산항에서 처음 본 컨테이너선의 거대함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건물 수십 층 높이의 철제 거인이 느릿느릿 항구를 빠져나가는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그때는 몰랐다. 저 위용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문득 생각했다. 이 원두는 얼마나 먼 거리를 여행해 내 책상 위에 도착했을까. 그리고 그 여정이 지구에 남긴 흔적은 얼마나 깊을까.
이백사십만 톤의 무게
2025년 4월, 한 보고서가 해운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2024년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운송이 배출한 탄소가 240.6백만 톤이라는 소식이었다. 역대 최고치였다.
숫자가 너무 크면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다르게 생각해봤다. 이는 2023년보다 14퍼센트나 증가한 수치고, 불과 3년 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우리가 편리함에 취해있는 사이, 바다 위의 거인들은 점점 더 많은 상처를 지구에 남기고 있었다.
특히 놀라운 건 초대형 선박들의 배출량 증가였다. 14,500 TEU 이상 규모의 선박들이 내뿜는 탄소는 전년 대비 43퍼센트나 늘었다. 더 크고, 더 많이 실어 나르려는 인간의 욕심이 만든 결과였다.
하루 사백 톤의 목마름
현대 앰비션호라는 이름의 컨테이너선이 있다. 13,082 TEU를 실을 수 있는 이 거대한 선박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연료를 먹어치울까.
12노트로 천천히 가면 하루 37톤, 18노트로 속도를 내면 109톤, 23노트로 전속 항해하면 212톤의 연료가 필요하다. 이는 천 대의 자동차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한 척의 배가 마시는 연료가 이 정도라니.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5,800여 척의 컨테이너선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우리가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이런 대가를 치르며 운송되고 있었다.
전체 그림 속 열두 퍼센트
해상운송이 전 세계 운송 부문 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퍼센트다. 도로 운송의 75퍼센트에 비하면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12퍼센트가 운반하는 것은 전 세계 물품의 90퍼센트다.
국제해사청정운송위원회의 보고서를 읽으며 씁쓸함을 느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해상운송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2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탄소 집약도는 개선되었지만, 늘어나는 물동량이 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검은 연기의 정체
선박은 왜 이토록 많은 탄소를 배출할까.
첫째는 연료다. 대부분의 선박이 사용하는 중유는 저렴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다. 2020년부터 규제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는 높다.
둘째는 엔진의 크기다. 건물 3-4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엔진. 수만 톤의 화물을 싣고 대양을 건너려면 그만한 힘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그 크기가 주는 부담감은 무겁다.
셋째는 거리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또는 미주까지. 수 주간의 항해 동안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엔진. 2024년에는 홍해 분쟁으로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배출량이 더욱 늘었다.
절반의 책임
2022년 통계를 보면 컨테이너선이 연간 221.5백만 톤, 벌크선이 208.8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 두 종류의 선박만으로 전체 해상운송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의 주범. 이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서
물동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운송 작업량이 21퍼센트 증가했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2025년부터는 더 엄격한 환경 규제가 시행된다. 운송 비용이 오르고, 결국 우리가 사는 물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SG 경영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바다 위의 거대한 철제 거인들이 만들어내는 탄소 발자국.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할 때다. 편리함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오늘도 부산항엔 컨테이너선들이 드나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저 웅장함 뒤에 숨은 무거운 진실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바꿔나가야 할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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