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 모니터 앞에서 밤을 지새우던 날이 있었다. 화면에는 수천 줄의 코드가 흘러가고 있었고, 커피는 이미 다섯 잔째였다. 문득 창밖을 보니 새벽 물류센터에서 트럭들이 하나둘 출발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저 트럭 한 대 한 대가 매일 생성하는 데이터가 얼마나 귀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버려지고 있는지를.
우리 팀이 처음 모였을 때, 누군가 물었다.
"왜 디지털 운행기록계는 20년 전에서 멈춰있을까요?"
대답은 없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현실이었으니까. DTG는 법적 의무사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개발자로서,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GLEC AI DTG, 우리가 ATG라고 부르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ATG. AI Tachograph의 약자다. 단순히 디지털이 아닌, 인공지능이 탑재된 운행기록계. 이름을 정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없이 토론하고 고민했다.
"그냥 똑똑한 블랙박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차량의 두뇌가 될 거야." "운전자의 파트너가 되어야 해." "지구를 위한 센서가 되는 거지."
모두가 맞았다. ATG는 그 모든 것이 되어야 했다.
ISO 14083이라는 국제 표준을 구현하는 일은 악몽 같았다. 연료 종류, 차량 무게, 적재량, 도로 상태, 날씨... 수십 가지 변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했다.
처음엔 간단할 거라 생각했다. 공식이 있으니 코드로 옮기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디젤 트럭이 언덕을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배출량이 다르고, 빈 차와 가득 실은 차의 효율이 천차만별이었다.
6개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수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했다. 머신러닝 모델을 수십 번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99퍼센트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팀원들과 함께 새벽까지 축하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기술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베타 테스트를 위해 처음 트럭에 올랐을 때, 운전자분이 물었다. "이것도 감시 장치 아니에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의도는 달랐다. 감시가 아닌 도움, 통제가 아닌 파트너십.
그래서 우리는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다시 만들었다. 경고음 대신 부드러운 알림을, 빨간 불 대신 초록색 체크를, 명령 대신 제안을 담았다. "급가속 감지" 대신 "부드러운 출발이 연료를 아껴요"라고 표시했다.
엣지 컴퓨팅과 클라우드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의 일이다. 초당 수백 개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실시간성을 보장해야 했다. 500대가 동시에 접속하면 초당 5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밤새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렸다. 데이터 플로우, 시스템 아키텍처, 병렬 처리 파이프라인... 새벽 4시, 누군가 말했다.
"엣지에서 1차 처리하고 클라우드로 보내면?"
그 한마디가 돌파구였다. ATG 디바이스가 위험 감지와 기본 처리를 담당하고, 복잡한 분석은 클라우드가 맡는다. 네트워크 부하는 70퍼센트 줄고, 반응 속도는 두 배 빨라졌다.
15년차 화물차 운전자 김 기사님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그분이 한 달 후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게 진짜 신기해요. 연비가 눈에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 녀석이 칭찬도 해줘요. '오늘 운전 정말 좋았어요'라고."
그 순간 알았다.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기술은 차갑지 않아야 한다. 따뜻해야 한다.
딥러닝 모델을 만들 때의 에피소드도 있다. 정상 운행 패턴을 학습시키는데, 모델이 이상한 결과를 내놓았다. 알고 보니 학습 데이터에 명절 귀성길 정체 구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모델은 그것을 '정상'으로 학습한 것이다.
우리는 웃으면서도 깨달았다. AI도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시간대별, 요일별, 계절별 패턴을 따로 학습시켰다. 이제 ATG는 금요일 저녁 퇴근길과 월요일 새벽 배송을 구분할 줄 안다.
보안 설계는 특히 신경 썼다. 운행 데이터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다.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하고, 접근 권한은 세분화했다. 정기적으로 침투 테스트도 실시한다.
한 번은 보안 전문가가 말했다. "이 정도면 은행 시스템 수준이네요."
과찬이었지만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의 무게를 알기에,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2025년 8월, 첫 베타 테스트. 2대의 트럭으로 시작했다. 한 달 후 결과는 놀라웠다. 연료비 15퍼센트 절감, 위험운전 70퍼센트 감소, 탄소배출 12퍼센트 감축.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었다. 한 운전자분이 보내온 메시지였다.
"덕분에 운전이 즐거워졌어요. 매일 점수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지금도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GLEC AI DTG 2.0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모든 차량이 서로 소통하는 커넥티드 물류 네트워크,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송 시스템.
가끔 묻는다. 우리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코드를 쓰고, 테스트하고, 개선한다. 한 줄의 코드가, 하나의 알고리즘이, 작은 개선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고 믿으면서.
개발자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우리가 만든 것이 실제로 사용될 때다.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 안에서, 우리의 코드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운전자를 돕고, 환경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한다.
ATG 혁명. 거창한 이름이지만,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기술로 사람을 돕는 것. 데이터로 지구를 지키는 것.
어제도 밤을 새웠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버그를 잡고, 성능을 개선했다. 피곤하지만 행복하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또 새벽 트럭들이 출발한다. 이제 그들 중 일부는 GLEC AI DTG를 달고 있다. 우리의 작은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코드 한 줄 한 줄에 미래를 새기며, 오늘도 우리는 ATG의 내일을 만든다.
개발은 계속된다. 혁명도 계속된다.
glec.io에서 우리의 여정을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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