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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만의 CDP를 찾아가는 8개월의 기록

by GLEC글렉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8개월."


컨설턴트가 화이트보드에 적은 숫자를 보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CDP 도입 후 평균 투자 회수 기간이라고 했죠.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수천만 원을 투자해서 8개월 만에 회수한다니.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숫자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CDP 도입을 결정한 후,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기 전 구조를 살펴보듯, 우리는 데이터 인프라의 모든 구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가진 데이터 소스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웹사이트 분석 툴, CRM,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 소셜 미디어, POS 시스템까지. 문제는 이들이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마치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각자 다른 언어를 쓰는 가족 같았습니다.


데이터 품질 점검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같은 고객이 시스템마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이메일 주소는 제각각이었으며, 구매 이력은 파편화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을까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CDP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엔 마케팅 팀만의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곧 이것이 전사적인 변화임을 깨달았죠.


영업팀은 고객 인사이트를 원했고, 고객 서비스팀은 통합된 고객 이력을 필요로 했으며, IT팀은 시스템 통합을 걱정했습니다. 우리는 각 부서의 대표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매주 화요일 오후는 CDP 회의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가장 큰 도전은 서로 다른 언어를 하나로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마케터가 말하는 '세그먼트'와 개발자가 말하는 '세그먼트'가 다른 의미였고, 영업이 원하는 '고객 정보'와 CS가 원하는 '고객 정보'의 깊이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2025년 현재, 시장에는 250개가 넘는 CDP 벤더가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몇 가지 핵심 기준을 정했습니다.


첫째, 실시간 처리 능력. 고객이 웹사이트에서 행동하는 순간, 그 데이터가 즉시 반영되어야 했습니다. 둘째, 유연한 통합 능력.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툴과 자연스럽게 연동되어야 했죠. 셋째, AI와 머신러닝 기능.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예측과 추천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벤더 선택 과정은 마치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 같았습니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과 약속들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것. 우리는 각 벤더에게 똑같은 10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답변뿐 아니라 답변하는 방식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전통적인 패키지형 CDP와 컴포저블 CDP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패키지형은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우리만의 특별한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컴포저블 CDP는 우리의 기존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결국 우리는 우리의 성장 단계와 기술 역량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습니다. 정답은 없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이었죠.


Adobe, Salesforce, Segment, Hightouch, Treasure Data... 각각의 플랫폼은 저마다의 강점이 있었습니다. Adobe는 마케팅 클라우드와의 완벽한 통합을, Salesforce는 CRM과의 자연스러운 연동을, Segment는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Hightouch는 빠른 구현을, Treasure Data는 엔터프라이즈급 확장성을 자랑했습니다.


구현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하려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죠.


첫 3개월은 기초 공사에 집중했습니다. CDP 환경을 구성하고, 핵심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며, 데이터 품질을 검증했습니다. 이 시기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3개월은 본격적인 활용 단계였습니다. 마케팅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구축하고, 첫 번째 개인화 캠페인을 실행했습니다. A/B 테스트를 시작하고, 초기 성과를 측정했죠.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서 팀의 자신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CDP 구축 과정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작게 시작하되 크게 생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장바구니 이탈 복구라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머릿속에는 전사적 고객 경험 혁신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이런 원칙들을 처음부터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변화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의미했고, 모든 구성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교육과 소통을 통해 이 간극을 좁혀나갔습니다.

이제 CDP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대시보드를 확인하고, 고객 세그먼트를 분석하며,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8개월 전 그 회의실에서 느꼈던 막막함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CDP 시장이 연 30퍼센트씩 성장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기도 하고,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생각에 긴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CDP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입니다.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말이죠.


다음 이야기에서는 CDP를 활용해 우리가 만들어낸 실제 성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솔직하게 나누어보겠습니다. 때로는 놀라운 성공을, 때로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성장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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