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가 바꾸는 것들

by GLEC글렉

얼마 전, 한 물류 기업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같은 트럭이 같은 거리를 달렸는데, 왜 탄소배출량이 다르게 나오는 거냐고.


처음엔 나도 그랬다. 탄소배출량이라는 건 단순한 계산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연료를 얼마나 썼는지, 얼마나 멀리 갔는지. 그 숫자들을 곱하면 답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배출계수라는 게 있다. 연료 1리터를 태울 때 나오는 탄소의 양을 말한다.

그리고 배출강도라는 것도 있다. 1톤의 화물을 1킬로미터 운반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이다. 이 두 숫자가 탄소배출량 계산의 기초가 된다.


문제는 이 숫자들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기본값은 유럽의 도로 사정, 유럽의 트럭 연식, 유럽의 연료 품질을 반영한다. 한국의 물류 환경은 그것과 같지 않다. 도로 인프라도 다르고, 운송 패턴도 다르다. 해외 기본값을 그대로 쓰면 실제와 동떨어진 숫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

국제 표준인 GLEC Framework는 공식 승인되지 않은 데이터를 쓰면 가중치를 붙인다.

불확실한 데이터에는 패널티를 주겠다는 뜻이다.

같은 운송 활동을 했어도 어떤 숫자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더 높게 잡힐 수 있다.


이건 단순히 보고서 위의 숫자가 아니다.

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탄소 데이터는 곧 비용이 되었다.

화주 기업들은 물류 협력사에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한다. 부정확한 숫자는 거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형 배출계수와 배출강도를 만들었다.

Smart Freight Centre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최초의 GLEC Tool 인증이다. 이제 가중 패널티 없이 정확한 값을 산출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결국 숫자의 문제였다.

어떤 숫자를 쓰느냐. 그 숫자가 우리의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 탄소배출량 계산은 기술적인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신뢰와 정확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작은 숫자 하나가 바꾸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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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탄소 #배출계수 #ESG #탄소중립 #GL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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