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한 대가 남기는 발자국의 무게

by GLEC글렉

경유 1리터. 주유기 앞에서 흘러가는 숫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 기름이 연소되면 약 2.7kg의 이산화탄소가 배기관을 통해 나간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경유가 주유소에 도착하기까지 또 다른 탄소가 발생한다.

원유를 캐고, 정제하고, 배에 싣고, 트럭으로 옮기는 모든 과정에서.

약 0.6kg.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게다.


이것을 업계에서는 세 가지 용어로 구분한다.

WTT는 Well-to-Tank의 약자다. 유전에서 연료탱크까지. 연료가 만들어지고 운반되는 과정의 배출이다. TTW는 Tank-to-Wheel. 탱크에서 바퀴까지. 엔진에서 연료가 타면서 나오는 직접적인 배기가스다. 그리고 WTW는 Well-to-Wheel. 유전에서 바퀴까지. 전체 여정의 합이다.


전기차는 TTW가 0이라고들 한다. 배기관이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WTW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터리를 충전한 전기가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탄소 발자국이 크게 달라진다.

석탄 발전소에서 온 전기와 태양광에서 온 전기는 같지 않다.


국제 표준인 ISO 14083과 GLEC Framework는 WTW 전체를 본다.

연료가 태어나서 사라지기까지 모든 탄소를 세는 것이다. 반쪽만 보면 반쪽만 줄일 수 있다.

전체를 봐야 진짜 감축이 가능하다.


GLEC Framework는 2016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다.

Smart Freight Centre라는 비영리 단체가 만든, 물류 탄소배출량 계산을 위한 세계 최초의 표준화된 방법론이다. 해운, 도로, 철도, 항공. 모든 운송 수단을 아우른다. 2025년 현재 버전 3.2까지 발전했다.


ISO 14083은 2023년에 공식 발표된 국제 표준이다.

GLEC Framework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존의 유럽 표준 EN 16258을 대체하며, 이제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이 기준을 따른다.

두 표준은 사실상 하나의 언어를 공유한다.


계산의 핵심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운송활동에 배출강도를 곱한다.

운송활동은 화물 무게와 거리를 곱한 값이다.

10톤 화물을 500km 운송하면 5,000톤킬로미터다.

여기에 해당 운송 유형의 배출강도를 곱하면 탄소배출량이 나온다.

대형 디젤 트럭의 경우 톤킬로미터당 약 62g의 이산화탄소 환산값이 나온다.

5,000에 62를 곱하면 310kg. 이것이 그 운송의 탄소 발자국이다.


배출강도는 TOC라는 개념으로 분류된다.

Transport Operation Category. 운송 작업을 특성별로 묶은 카테고리다.

같은 트럭이라도 대형인지 소형인지, 디젤인지 전기인지, 어떤 지역을 달리는지에 따라 배출강도가 다르다.


40톤급 대형 트럭은 톤킬로미터당 50에서 70g 정도라고하면, 3.5톤급 소형 트럭은 200에서 400g까지 올라간다. 작은 차가 오히려 효율이 낮다. 규모의 경제가 탄소에도 적용된다.


운송 체인에는 트럭만 있는 게 아니다. 창고도 있고 터미널도 있다.

화물을 하역하고 분류하고 다시 싣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쓰인다.

이것을 HOC라고 부른다. Hub Operation Category.

컨테이너 터미널은 톤당 5에서 15g, 물류창고는 10에서 30g 정도의 배출이 발생한다.


서울에서 암스테르담까지 화물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트럭으로 부산항까지 가고, 터미널에서 환적하고, 컨테이너선으로 로테르담까지 가고, 다시 터미널을 거쳐, 트럭으로 암스테르담까지.

각 구간의 TCE, 즉 Transport Chain Element를 계산하고 각 허브의 HOC를 더하면 전체 여정의 탄소 발자국이 나온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같다. 거리에 강도를 곱하고, 모두 더한다.


글렉에서 GLEC AI Tachograph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타코그래프가 실시간으로 주행거리와 연료소비를 기록한다.

차량 유형과 연료 유형에 따라 TOC를 자동 분류한다.

1차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배출강도를 계산한다.

2026 CES Innovation Awards를 받은 이 기술은 복잡한 공식을 자동화해서 누구나 쉽게 탄소를 측정할 수 있게 한다.


국내 최초로 GLEC Tool 인증을 받았다.

ISO 14083 방법론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가 계산한 숫자는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


결국 탄소 측정은 곱셈이다. 얼마나 무거운 짐을 얼마나 멀리 날랐는가. 그 운송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가. 단순한 산수가 지구의 미래를 가늠한다.


트럭 한 대가 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숫자가 쌓인다. 그 숫자를 세는 일이 줄이는 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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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ISO14083 #GLEC #물류탄소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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