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트럭이 바꿀 물류의 내일

미팅을 통해 느낀점

by GLEC글렉

얼마 전, 한 물류회사 대표님과 미팅을 했다. 테이블 위에는 전기트럭 카탈로그가 펼쳐져 있었다. "이거 도입하면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 거예요?" 대표님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대형 디젤 트럭 한 대를 전기트럭으로 바꾸면 연간 60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 숫자로 말하면 그렇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더 큰 이야기가 있다.



물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일을 하면서, 나는 매일 수많은 데이터를 마주한다. 트럭이 얼마나 달렸는지, 얼마나 많은 연료를 썼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는지. 그 데이터들 사이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전기 물류차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2026년은 전기 물류차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부터 살펴보면, 2024년 전 세계 전기 중대형 트럭 판매량이 9만 대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80퍼센트 성장한 수치다. 중국이 전체 판매량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고, 시장조사기관들은 2033년까지 연평균 26퍼센트 이상의 성장을 전망한다.



한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중대형 전기화물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시작됐다. 대형 전기화물차는 최대 6천만 원, 중형은 최대 4천만 원의 국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폐차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도 추가된다. 그동안 국내에 출시된 모델이 없어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대형 전기화물차가 드디어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이다.



물류회사 입장에서 전기 물류차 도입은 단순한 차량 교체가 아니다. 탄소배출 저감, 운영비 절감, ESG 공시 대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전기트럭은 디젤 트럭 대비 연료비가 50에서 70퍼센트 저렴하고, 엔진과 변속기 같은 복잡한 기계장치가 없어서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EU CSRD나 CBAM 같은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기 물류차 도입은 Scope 1 직접배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현재 대형 전기트럭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에서 600킬로미터 수준이다. 장거리 운송보다는 고정 노선 운행이나 거점 복귀형 물류에 더 적합하다. 충전 인프라와 충전 시간을 고려한 운영 계획도 필요하다. 초기 차량 가격이 디젤트럭보다 높지만, 정부 보조금과 운영비 절감을 감안하면 3년에서 5년 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전기 물류차가 도입되면, 우리는 그 효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기존 디젤 차량과 전기 차량의 운행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고, 실제로 얼마나 탄소가 줄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기업들이 확신을 갖고 전환에 나설 수 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AI Tachograph는 차량별 실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2026 CES Innovation Awards를 받았을 때,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전기 물류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변화를 정확히 측정하고, 기록하고, 증명하는 것이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에서 전기트럭 한 대를 봤다. 조용히 달리는 그 트럭이 어쩐지 미래에서 온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드문 풍경이지만, 머지않아 익숙해질 것이다. 물류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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