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를 측정한다는 것

국제표준의 중요성

by GLEC글렉

"우리 회사 물류 탄소배출량이 얼마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처음 받았던 날을 기억한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물류에서 탄소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어떻게 계산하지? 트럭마다 다르고, 짐마다 다르고, 길마다 다른데.


그때부터 나는 탄소배출량 측정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ISO 14083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ISO 14083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계산하고 보고할 것인지를 정한 국제 표준이다. 2023년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공식 발표했다. 육상, 해상, 항공, 철도까지 모든 운송 수단을 아우른다. 물류 창고 같은 허브의 운영 배출량도 포함된다.


이전에도 유럽에는 EN 16258이라는 표준이 있었다. 하지만 ISO 14083은 그걸 대체하는 첫 번째 글로벌 표준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방법으로 물류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처음 이 표준을 공부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Well-to-Wheel이라는 개념이었다. 트럭이 달리면서 내뿜는 배기가스만 계산하는 게 아니다. 그 트럭에 들어간 연료가 어디서 생산되고, 어떻게 운반되었는지까지 포함한다. 연료의 전 생애를 추적하는 것이다.


ISO 14083과 함께 알아야 할 이름이 있다. GLEC Framework다.

Smart Freight Centre라는 국제 기관이 2016년에 만든 물류 탄소배출량 산정 방법론이다. ISO 14083은 이 GLEC Framework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쉽게 말하면, ISO 14083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정의한다면, GLEC Framework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2024년 10월에 발표된 GLEC Framework 버전 3.1은 ISO 14083과 완전히 정렬됐다. 2025년 10월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모듈이 추가된 버전 3.2가 나왔다. 표준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ISO 14083의 핵심은 활동 기반 방식이다.

운송 거리에 화물 중량을 곱하고, 거기에 배출집약도를 곱한다. 배출집약도는 차량 유형, 연료 종류, 적재율에 따라 달라진다. GLEC Framework에서 제공하는 기본값을 쓸 수도 있고, 실제 운행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화물 단위로 배출량을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트럭에 여러 화주의 화물이 섞여 있을 때, 각 화주에게 정확하게 탄소 책임을 배분할 수 있다. 물류 공급망 전체의 탄소 관리에 적합한 방식이다.


GHG Protocol에서 주로 쓰는 연료 기반 방식과는 다르다. 연료 기반 방식은 실제 연료 소비량에 배출계수를 곱해서 전체 배출량을 계산한다. 기업 단위나 차량 단위의 총량을 파악하기엔 좋지만, 개별 화물 단위로 쪼개기가 어렵다.


왜 이게 중요할까. EU의 CSRD 때문이다.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은 공급망 전체의 간접 배출량, 그러니까 Scope 3 배출량 공시를 요구한다. 물류 배출량 대부분이 Scope 3에 해당한다. ISO 14083은 그걸 산정하는 국제 표준이다.


EU는 CountEmissions EU라는 규제도 준비 중이다. 운송 부문의 탄소배출량 산정과 보고를 의무화하려는 것이다. ISO 14083이 기반 방법론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글로벌 화주 기업들이 물류 파트너에게 ISO 14083 기반의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요청하는 이유다.


물류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려면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현재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한다.

이걸 베이스라인이라고 부른다.

둘째,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파리협약에 맞추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2퍼센트 감축, 2050년 넷제로가 권장된다.

셋째, 전기 물류차 도입, 운송 모드 전환, 적재 효율화 같은 구체적인 감축 전략을 실행한다.

넷째, ISO 14083에 따라 배출량 데이터를 보고하고 제3자 검증을 받는다.


모든 단계의 출발점은 측정이다. 측정 없이는 목표도, 전략도, 검증도 없다.


나는 지금 한국 최초로 SFC GLEC Tool 인증을 받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은 ISO 14083 방법론을 완벽히 준수한다. 한국 물류 환경에 맞는 배출계수도 자체 개발해서 SFC 공식 승인을 받았다. 유럽이나 북미 기본값을 그대로 쓰면 실제보다 12에서 21퍼센트 과대 산정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해결했다.


탄소를 측정한다는 건, 결국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숫자가 있어야 대화가 시작된다. 대화가 있어야 행동이 따라온다.


그 첫 번째 질문을 받았던 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기업들이 그 질문을 던지기를 바란다.


물류 탄소배출량 측정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https://glec.io/?utm_source=naver&utm_medium=blog&utm_campaign=blog_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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