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아니라 기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으로

by GLEC글렉

회의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CBAM이 뭐예요? 또 규제예요?"


그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이해한다. ESG, CSRD, CBAM, ISO 14083. 알파벳과 숫자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급한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2026년, 물류산업에 탄소 규제의 파도가 본격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EU CBAM부터 이야기해 보자. 탄소국경조정제도라고 번역되는 이 규제는 EU로 수입되는 특정 품목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한다.


2023년 10월부터 전환기간이 시작됐고,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현재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여섯 가지 품목이다. 향후 자동차 부품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물류산업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조업 고객사들이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그 요구가 물류사로 전이되고 있다. 내가 만나는 물류 기업 담당자들이 탄소배출량 측정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다.


2025년 5월 EU 이사회가 승인한 CBAM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수입량 50톤 이하 소규모 수입업체는 면제된다. 약 90퍼센트의 수입업체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전체 탄소배출량의 99퍼센트 이상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큰 그림은 변하지 않았다.


CSRD도 알아야 한다.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환경, 사회, 거버넌스 정보 공시를 의무화한다. 물류 탄소배출량은 Scope 3 공급망 간접배출 항목으로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2025년 12월 EU는 옴니버스 패키지에 합의해서 적용 기준을 일부 조정했다. 기존에는 임직원 250명 이상 기업이 대상이었는데, 1,000명 이상으로 완화됐다. 비 EU 기업에 대한 매출 기준도 1.5억 유로에서 4.5억 유로로 올라갔다. 중견기업 적용 시기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중중대성 원칙은 그대로다. 기업의 재무적 영향과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류 배출량 관리는 여전히 핵심 공시 항목이다.


CountEmissions EU라는 규제도 준비 중이다.

운송과 물류 부문의 탄소배출량 산정 및 보고를 표준화하려는 규제다. ISO 14083을 기반 방법론으로 채택할 전망이다. 아직 입법 과정 중이지만,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규제가 오기 전에 준비한 기업과 규제가 온 뒤에 허둥대는 기업.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질 것이다.


한국에도 그린 물류 인증 제도가 있다.

우수녹색물류실천기업 지정제도는 물류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제도다. 지정 기업은 물류시설 우선 입주권, 자금 융자 지원, 녹색물류전환사업 보조금 우선 지원 같은 혜택을 받는다.


환경표지인증제도도 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품에 환경표지를 인증하는 국가 공인제도다. 물류 포장재나 운송 서비스에도 적용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SFC GLEC Tool 인증이 데이터 신뢰성의 기준이 되고 있다.

Smart Freight Centre가 물류 탄소배출량 산정 도구의 ISO 14083 및 GLEC Framework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국제 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은 도구를 사용하면 글로벌 화주 기업과 거래할 때 데이터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다. EU CSRD 같은 규제 공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국내 최초로 이 인증을 받았다. 한국 물류 환경에 맞는 배출계수도 및 배출강도를 자체 개발해서 SFC 공식 승인을 받았다. 유럽이나 북미 기본값을 그대로 쓰면 실제보다 과대 산정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해결하고 싶었다.


처음 회의실에서 들었던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CBAM이 뭐냐고, 또 규제냐고.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규제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규제가 오기 전에 준비하면, 그건 규제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


지금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 로드맵을 세우고, 표준화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업. 그런 기업들이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선택받을 것이다.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서핑보드를 준비할 시간이다.


물류 탄소 규제 대응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https://glec.io/?utm_source=naver&utm_medium=blog&utm_campaign=blog_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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