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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협약 A to Z - 왜 전 세계가 주목했을까

Part 1.

by GLEC글렉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195개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구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바로 '파리기후협약(파리협정)'의 탄생 순간이었다.


회의 주최자인 프랑스의 외무장관 로랑 파비우스는 이 협약을 "야심차고 균형잡힌" 계획이며 지구 온난화에 있어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걸까.


파리기후협약, 도대체 무엇인가

파리기후협약(Paris Agreement)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역사상 최초의 포괄적 기후 합의다.


이 협약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명확하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것이다.


왜 하필 1.5℃나 2℃일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이 수준을 넘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시작된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 극한 기상현상 증가, 생태계 파괴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교토의정서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협약이라면 1997년 교토의정서도 있지 않았나"라고 궁금해할 텐데, 맞다. 하지만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협약이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 37개국만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가졌고, 전세계 배출량의 22%만을 커버했다. 또한 국제사회가 각국에 목표를 할당하는 하향식(Top-down) 방식이었다. 반면 파리협약은 197개국이 참여해 전세계 배출량의 95.7%를 커버하며, 각국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택했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 재원 지원, 기술이전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접근을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파리협약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포괄적(Universal and Comprehensive) 체제"라고 불리는 이유다.


NDC, 파리협약의 핵심 메커니즘

파리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결정기여)다. NDC란 각 나라가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행 계획을 말한다. 마치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게 성적 목표를 세우고 공부 계획을 짜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영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68% 감축, 중국은 2030년 이전 온실가스 배출 정점 달성과 206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권 하에서 탈퇴했다가 바이든 정권에서 재가입했지만, 2025년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다시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협약의 똑똑한 점은 NDC를 5년마다 재검토하고 더 야심찬 목표로 업데이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를 글로벌 이행점검(GST, Global Stocktake)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정기적인 건강검진처럼 지구의 기후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 방향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세 가지 특별한 이유

파리협약이 특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모든 국가의 참여다. 처음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도상국이니까 온실가스를 좀 더 배출해도 괜찮다"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둘째, 자율성과 책임성의 조화다. 각국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되, 그 이행과정은 국제사회가 함께 모니터링한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셋째, 포괄적 접근이다. 온실가스 감축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 재원 지원, 기술 이전, 역량 배양 등 기후변화 대응의 모든 측면을 다룬다.


파리협약의 재정 지원 체계

개도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은 2020년부터 매년 최소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은 개도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도 신설되어,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파리협약 참여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 비준을 완료했다. 한국의 주요 약속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며, 이 중 11.3%는 해외 감축사업 및 배출권 구매로 충당하고,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 및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신기후체제 창출에 건설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

파리협약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다룬다. 기후변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매일 그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극한 폭염, 기록적인 홍수, 강력한 태풍.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기후변화의 신호다. 파리협약은 이러한 위기에 맞서 인류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기로 한 첫 번째 진정한 약속인 것이다.


파리협약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과제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전 세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음 Part 2에서는 파리협약이 체결된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어떤 성과와 한계를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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