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리 기후협약 그 후;

현실과 과제, 우리가 알아야할 것들 : Part 2.

by GLEC글렉

2015년 파리에서 전 세계가 희망에 부풀어 체결한 파리기후협약.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흘렀다. 과연 지구는 더 나아졌을까. 아니면 여전히 갈 길이 멀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Part 2에서는 파리협약의 현실적인 성과와 한계,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과제들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현실 체크 : 우리는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나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제출한 NDC 목표들을 모두 달성하더라도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줄여야 한다. 현재 속도로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실제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비용의 급격한 하락,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 증가, ESG 경영의 확산, 청년층의 기후 의식 향상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들의 속도가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OP28과 COP29, 최근의 성과와 한계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은 파리협약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처음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공식 문서에 명시되었고, 2030년까지 전 지구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확충하며 에너지 효율성을 2배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또한 792백만 달러 규모의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특히 화석연료 전환에 대한 합의는 기후변화 회의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물론 "점진적 폐지"가 아닌 "전환"이라는 표현을 쓴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중요한 진전이었다.


202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는 주로 기후재원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10년간의 협상 끝에 파리협정 제6조 세부 규정 합의라는 성과를 거두었고, 국제탄소시장 운영 규칙이 확정되었다. 또한 2025년부터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NCQG) 설정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재원 규모나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지구적 이행점검, 성적표는 어떨까

2023년 COP28에서는 파리협약 이후 첫 번째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이 실시되었다. 마치 지구의 건강검진 같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경고"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NDC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속도가 부족하며, 기후 적응 및 재원 지원이 부족하고,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격차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희망적인 신호들도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고, 청정기술 투자가 증가하며, 기업들의 자발적 감축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과 미국의 변수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면서 파리협약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파리협약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로써 미국은 이란, 리비아, 예멘과 함께 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이는 파리협약에 심각한 타격이다. 미국은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기후재원의 주요 공급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 내 주정부와 기업들의 기후행동이 더욱 활발해진 상태여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현주소 : 어디쯤 와 있나

우리나라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2020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도입했으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지속 운영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6.8톤에서 2018년 14.1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집약적 구조,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비용 부담 증가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파리협약의 구조적 한계들

파리협약의 가장 큰 한계는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각국이 NDC를 지키지 않아도 직접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 오직 "국제적 수치심"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부 국가들이 다른 나라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개도국들은 경제발전과 온실가스 감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환경을 위해 개발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희망과 기회들

그러나 희망적인 변화들도 일어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태양광 발전 비용의 급속한 하락, 배터리 기술의 혁신적 발전, 수소 경제의 부상,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발전 등이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금융 측면에서는 ESG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녹색채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화석연료 투자 철회(Divestment)가 확산되며, 기후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 결정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Z세대의 힘이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행동력, 지속가능한 소비로의 패턴 변화, 기업과 정치인에 대한 압력 증가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

개인 차원에서는 에너지 절약 생활화, 대중교통 이용 늘리기, 지속가능한 소비 선택,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 갖고 목소리 내기 등의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는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참여,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발자국 관리, 순환경제 모델 도입, 기후 리스크 경영 강화 등이 그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로드맵 수립과 이행, 녹색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국제 협력 강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실현 등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남은 시간

파리협약의 첫 번째 중간 목표인 2030년까지 이제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인류는 위기 때마다 놀라운 적응력과 혁신 능력을 보여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백신을 1년 만에 개발한 것처럼, 기후변화 문제도 전 인류가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 있다.


희망을 잃지 않기

파리협약은 완벽하지 않다.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은 정해졌고, 전 세계가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실천이라도 계속하고,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이 거대한 도전에서 말이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고, 기술이 있고, 의지가 있다.


파리에서 시작된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함께 키워나가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해서 말이다.


#파리기후협약이행 #COP28 #COP29 #기후변화현실 #온실가스감축목표 #탄소중립실현 #기후재원 #글로벌이행점검 #기후위기대응 #지속가능한미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리 기후협약 A to Z - 왜 전 세계가 주목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