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손절하기 위한 첫걸음
이케아에서 산 물건들이 도착하면서 아침부터 괜히 분주하게 집안을 정리했다. 그러다 2020년에 코로나 정부 보조금으로 샀던 의자가 눈에 들어왔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내다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 의자는 지난 3년 동안 집안 한 구석에 박혀서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한창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시절 잘못산 의자였기 때문이다. 그 의자를 볼 때마다 그 당시 나의 부주의함과 멍청함이 상기되는 것 같아서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는데 오늘 드디어 그냥 손절 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100불을 넘게 주고 산 의자라 아무리 잘못 샀어도 어떻게든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마존에서 주문할 땐 상품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데 그 당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모양과 적당한 가격만 보고 구매를 해버렸고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 배송되었지만 조립이 다 끝날 때까지도 무언가 맞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세상에 tall chair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그게 바로 내가 주문한 의자였던 것이다. 스툴을 의자의 형태로 변형시켜 놓은 것 같은 모양새는 내가 가진 책상에는 높이가 맞지 않았고 사용해 보려는 나의 각고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구석에서 3년을 서있었다. 먼지를 그대로 입어가면서.
요즘 심심해서 유튜브에 올라오는 타로리딩을 몇 개 봤다. 이건 신점도 아니고 사주도 아닌 미신 중의 미신일 뿐이지만 딱히 할 게 없을 때 보면 나름 재미가 있다. 그런데 웃기게도 여러 개를 봐도 거의 비슷한 리딩해석을 주는 것이다. 사람은 또 간사해서 나에게 좋은 소리가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면 그걸 믿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공통적인 리딩은 이렇다: 여태까지 고민하던 것이 해결될 것이고 앞으로는 지난날들과는 다르게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될 것이다. 이제까지 해온 다양한 경험들이 것들이 내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고 돈도 예상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로또나 파워볼을 이기는 것처럼 돈이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지는 않겠지만 걱정하지 않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까지 내가 해온 고민들과 경험들이 헛되지 않게 사용될 수 있는 미래가 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자 더더욱 저 집안 한켠에 우두커니 서서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의자를 갖다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안 좋은 면을 상기시키는 인연과 손절을 해야 한다고 많이들 말하듯 내 과거의 실수를 자꾸 상기시키는 물건과도 이별을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의자를 3층에서부터 끌고 내려가 쓰레기통 옆에 세워놓고 오는 그 행위만으로도 뭔가 악의 고리가 끊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