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2. 일에 미친 나, 잠보단 일이지

Series : 나는 어떻게 '미친년'이 되었을까

by 글린더

Part 2.


제이는 사람을 마주하고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너무 힘들었다. 숫자로 사람을 이야기하는 은행의 문화는 제이에겐 조금 이해하기 힘든 시스템이었다. 서로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모습에 잊혔다 생각했던 힘든 마음이 다시금 머리를 쳐들었다.

제이는 주변의 사람들이 무서웠고 그 사람들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 여행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 자신했던 치기 어렸던 자신을 탓하며 점점 마음이 병들어 갔다.


제이, 춤을 배우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운동 겸 춤을 배웠다. 한창 동호회 활동들이 유행하던 시기라 다양한 취미들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중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라며 추천받은 것이 춤이었다.

춤이라니. 음악은 좋아하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별개인데 춤이라니. 사람들에 섞여 즐기는 것이 힘들었던 제이는 춤도 일처럼 배웠다. 머리로 이해하고 동작을 이해하고 다음 스텝과의 연결성을 이해했다. 그렇게 익힌 동작들은 작은 스텝하나조차도 몸 안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세밀하게 이해해야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녀에게는 춤도 너무나 어려웠다.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담았다. 일을 마치고 춤을 배우러 가는 패턴이 조금씩 익숙해져 갈 무렵 제이는 시합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비중을 늘려갔다. 연습량을 늘이고 시간을 늘렸다.

되지 않던 동작들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처럼 한 바퀴 돌며 자연스럽게 연결이 이어져갔다.


제이는 점차 그 과정을 통해 성취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생겼다.


우연한 기회로 강사로 센터 수업을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타로 몇 번 들어갔다가 정강사로 몇 개의 수업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가르치는 일은 사람을 대하는 일임에도 매 순간 다른 감동들에 힘을 얻어가는 것을 느꼈다. 제이는 배우고 가르치고 하는 생활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사람을 마주하고 눈을 바라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던 자신을 어느 순간 발견했다.


그 순간, 제이는 생각했다.


'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으로 밤을 새며 연습하고, 준비하고, 일은 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항상 한 통의 전화가 있었다. 변화가 시작될 즈음엔.


은행을 그만두고 정식으로 강사생활을 하며 어느덧 안정적인 수익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갈 때쯤이었다.

서울에 교육센터를 오픈하는데 수업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서울행을 결정하고 기존의 수업들을 정리했다. 안정적인 수익과 새로 제안이 들어왔던 수업까지 포기하는 것은 마음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특히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을 꺾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은 제이에게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말이었다.

" I Need You. 네가 필요해"


이 말은 제이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트리거였다. 도움을 요청하면 그녀는 자신의 것을 언제나 내어주었다. 그것이 그녀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센터 오픈과 학원 운영은 하나부터 열까지 열심히 여기저기 묻고 찾아가며 나름의 노하우들을 만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꽤나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처음 다뤄 보는 프로그램들을 익히고 새로운 지역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람들의 성향을 관찰하는 하루하루가 연속되었다.

아침에 문을 열고 새벽녘 문을 잠글 때 까지도 좁은 사무실에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쌓여갔다.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는 지역이라 일만 하는 하루하루가 연속되었다. 프로세스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고 필요한 파일화 작업들을 하나씩 하며 어느덧 일이 조금 익숙해져 가니 이전의 수업할 때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그리워졌다. 학생들의 표정과 감정들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조금씩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로움이 지겨워져 갈 때즈음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리움을 잊기 위해 제이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세 번째 직장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이전 07화Chapter 3-1. 일에 미친 나, 잠보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