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 나는 어떻게 '미친년'이 되었을까
제이의 커피 사랑은 점점 심해졌다.
점점 중독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며 잠시도 커피가 비는 시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어디를 가도 그녀의 손에는 커피가 들려있었고 무엇을 먹어도 마무리는 커피 향으로 지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친구가 참다못해 던진 한마디에 그녀는 눈이 반짝이고 설렘으로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야, 그럴 거면 차라리 카페를 차려!!"
'바리스타가 되자.'
내가 사랑하는 커피맛을 만들기 위해 내가 기술을 익히고 내가 만들어 먹자는 마음으로 단순히 등록한 바리스타 학원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제이는 일주일 중 바리스타 과정 수업이 있는 날이 제일 기다려졌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갈수록 제이의 집에는 점점 드리퍼와 그라인더 등이 하나씩 늘어갔다.
그녀의 집은 늘 커피 향으로 가득했고 가끔은 그녀의 피가 커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들을 즈음, 그녀에게 한차례 고비가 찾아왔다.
여느 날처럼 바리스타 클래스에서 여러 가지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들을 시음을 하던 날이었다.
하루 종일 커피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저녁 늦은 시간 시작된 클래스에서 제이는 유달리 입에 맞는 원두를 만나 한껏 들떠 있었다. 살짝 맛만 보고 입을 헹궈낸 후 나머지는 버리라는 강사님의 말을 무시한 채 한 방울도 버리지 않고 미련스럽게 7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리고 마지막 잔의 시음을 하기 위해 잔을 들던 제이는 심하게 흔들리는 손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고 손이 흔들렸다. 이상한 징후를 느낀 강사님이 따뜻한 우유를 한잔 들고 와 자리에 앉힌 후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우유를 마시게 했다. 그리곤 더 이상의 시음은 곤란하다며 제이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한동안 커피금지'라는 말을 하셨다.
같은 클래스의 다른 친구들도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미련하다고 야단을 쳤다.
과하면 탈이 난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그로부터 약 2주간 그녀는 떨리는 손을 멈추기 위해 커피를 멀리해야만 했다. 그녀에게는 가혹한 형벌 같은 시간이었다.
입맛도 없었고 점점 무기력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2주가량이 흐르고 다시 커피를 영접했을 때의 감동을 제이는 잊을 수가 없었다. 온통 무채색이었던 세상에 다시 형형색색의 색깔이 돌아오는 듯 생기가 감도는 감동을 받으며 제이는 다시금 길고 긴 짝사랑을 이어갔다.
길고 오래갈 짝사랑을 위해 마시는 양을 줄이고, 향과 맛을 더 깊이 즐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제이는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무식하고 미련한 사랑에서, 애틋하고 진한 사랑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제이는 바리스타라는 이름으로 카페에서 커피를 원 없이 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