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왔다.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과 닿아 있었고,
그래서 어떤 끝도 완전히 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7년의 고민 끝에 깨고 나온 알은
잠시의 자유로움을 지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3년의 새로운 둥지.
새로움의 강렬함은 금세 옅어졌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씁쓸한 세상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등을 돌릴지,
끝까지 마주할지.
그 고민이 길어질수록
시간은 점점 피폐해졌고
마음은 서서히 메말라갔다.
그러다
마침내 둥지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알게 됐다.
이미 새로운 날개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는 걸.
마지막은 늘
가슴 저린 시간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민다.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시작은
다시 어딘가의 끝을 향해 달려가겠지.
지금의 이 시작이
두려움 때문인지,
설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마주할 끝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시작은
또 다른 감정을 데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