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음.. 소확행이라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사람마다 자신을 기쁘게 하고 살아 숨 쉬게 하는 작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뭐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한테는 취미라는 단어가 그런 존재였던 것 같아요.
취미라는 이름으로 부르면 왠지 조금은 내가 좋아서 하는 행위인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가벼운 느낌을 주잖아요. 부담 없이 대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감이랄까.
그래서 늘 긴장감이 높은 저한테는 그 단어자체가 주는 의미가 꽤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참 여기저기 죄 '취미로'라는 말로 표현했었어요. 내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해야만 해서 하는 것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같은 사안도 다른 무게감을 갖는 것 같아요. 더 무겁고 책임이 따르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반드시, 꼭,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할 것 만 같은 부담감이 늘 따라다니는 '해야 하니까'를 '하고 싶어서'로 바꿨을 뿐인데도 마음도, 상황도 즐겁고 재밌게 변하더라고요 신기하게도.
그걸 몇 번 경험하고 나니까 이렇게 배우는 것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행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우고 또 배우고. 미처 소화도 못 시켰는데 꾸역꾸역 계속 집어넣어 댔던 것 같아요. 왜 스트레스가 심하면 폭식증 오는 사람들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으로 배우는 행위를 계속 즐겼어요. 취미도 일처럼 하는 사람이라 그게 스케줄화 되어있으면 그렇게 맘 편하고 속도 편하고 좋더라고요.
사람마다 생긴 게 다른고 성격이 다른 것처럼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제게 취미가 그런 의미였어요. 그래서 배탈도 나고 급체를 하기도 했었고요. 급하게 먹다 오히려 탈이난 경우도 있어 그런 경험들이 지금은 상황을 조급하게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보게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인드셋이 하나 세팅이 된 거죠.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정은 있는 것이고 각자의 사정에서 해석되는 것은 또 모두 다를 테니까. 어떤 일이든 어떤 말이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무엇이든 그 상황에 그 시간에 그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보다 보면 화낼 일도 줄어들고 싸울 일도 줄어들더라고요. 감정이 널뛰기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고요. 그게 심해지면 기계처럼 공감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요. (웃음)
취미 생활을 하며 불안한 시간을 많이 메워주는 느낌이었어요. 일단 시작은 오늘하루 열심히 살았다~라는 만족감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 열심히 산 듯한 느낌이 불안한 사람들에겐 꽤나 위안이 되거든요. 뭔가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성취감도 들고. 실상 깊게 들여다보면 공허함이 더 깊어지게 되지만 그 순간은 그런 힐링이 되는 효과가 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임시방편으로 응급처방하는 거죠.
오늘하루도 잘 살아냈다. 장하다 잘했어~ 위로도 하고 응원도 해주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니까 시스템 프로그램 배우면서 생긴 이해도가 비즈니스 할 때 갑자기 빛을 발하더라고요.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도 프로세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고 있으니 그들의 언어가 해석이 되어 들리더라고요. 그때 '아,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하며 다시 한번 더 위안이 됐어요.
헛된 시간이란 건 없구나. 어디서 어떻게 어떤 형태로 다시 쓸모가 발휘될지는 모를 일이구나 싶었죠.
바리스타 공부할 때 예민하게 향과 맛을 느끼는 감각을 키워둔 것이 화장품 사업할 때는 미세한 향 변화를 감지해서 불량을 걸러내는데 또 탁월한 덕을 봤더랬죠. 내가 개코잖아라고 하고 웃고 넘어갔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감각기관을 예민하게 훈련시켜 뒀던 거더라고요. 이게 이렇게 또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목공이나 공예 같은 것을 배우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생기는 부분들을 접했던 덕에 행사 기획할 때 조금 더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게 되기도 했고 분진이나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행사들은 어떤 대비를 미리 좀 해야겠구나 뭐 이런 것들도 연결되고. 아무리 터무니없는 경험들도 살다 보니 다 언젠가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과정 들이었구나로 다가오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게 여러 번 쌓이다 보니 실패한 것도 성공한 것도 그 자체로의 의미보다는 과정으로서의 가치를 더 의미 있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실패의 경험은 잊으면 안 되는 반드시 내가 배워야 하는 부분들을 꼭 알려주거든요.
모든 경험은 늘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이왕이면 즐겁고 가볍고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 전 '취미'라고 이름 붙여 배워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누구보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알 테니 제가 지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장치를 해둔 거겠죠. 이런 걸 자승자박이라고 하나? 이런 상황이랑은 좀 안 어울리려나? ㅎ (웃음)
지나고 보면 아무리 힘든 일도 결국은 지나가더라고요.
그 시간 속에서는 죽을 것처럼 힘들고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결국은 끝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자신을 단단하게, 격려하고 독려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전 너무 무식하게 폭식하는 방법을 택해서 긴 시간을 돌고 돌아 그 쓰임을 하나씩 꺼내 쓰고 있는 중이지만 저처럼 이렇게 돌아가지 않고 똑똑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똑바로 보고 그 길에 필요한 것들을 단계별로 잘 찾아가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렇게 자신만의 방법과 도구들을 찾아보시는 시간이 참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