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6-2. 자기계발에 미친 나, 4시 눈뜨다

Series : 나는 어떻게 '미친년'이 되었을까

by 글린더

Part 2.


제이에게 새벽 4시는 그녀의 강박의 경계를 모호하게 알려주는 시그널과도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에게 깊이 자리 잡혀온 여러 강박들과 습관들이 불필요하게 강화되어 왔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그녀의 삶을 끌어왔는 지도 모른다.


제이는 4시에 몰리는 사람들 속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활력을 가진 존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신문화를 접했을 때와 같은 왠지 모를 흥분과 설렘을 동반했다. 그들 속에서 함께 새로운 챌린지를 구성하고 도전하고 작은 성공과 실패들을 쌓아 갔다.

그 속의 새로운 문화와 방식을 배워갔다. 늘 혼자서 그녀만의 방식을 고수해 왔던 그녀에게는 비슷한 듯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신기했고 또 즐거웠다.

새로움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점과 싫은 점을 가져왔다.

정확히는 좋은데 싫은 점과 싫은데 좋은 점들이라고 표현하는 거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강좌를 수강하고, 추천 도서를 주문하고, 주말이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향했다. 차츰 사람들을 만날 때 흔들리던 눈동자가, 떨리던 손이 진정되어 갔다. 벽과 모서리에 가까운 자리로 찾아가던 습관은 점점 앞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편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되기 시작했다.


그녀를 꼭 닮은 아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느끼던 죄책감에 자신 있게 해 줄 말이 생긴 느낌에 그녀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조금 더 당당해져 갔다. 작은 변화는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 일상에 크고 작은 부분들을 바꿔 나갔다. 일도 가정도 인간관계도 모든 것이 벅차기만 하다 느꼈던 그녀가 어느새 그 속의 재미를 다시금 마주하고 있었다.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이 변화되어 감을 조금씩 피부로 느껴가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도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날카롭던 말들도 다시 통역기가 작동되어 순화되어 의미가 전달되어 들어왔다.


그녀는 단단해지고 있었다.

새벽 4시라는 상징성에 흠뻑 취해 점점 자신감이 과도하게 올라갈 즈음 그녀에게 새로운 시련이 닥쳤다. 회사의 위기, 아끼는 사람들이 잘려나갔다. 멘털이 흔들리고 일상 루틴이 무너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마저 들었다. 모두가 그렇게 완전히 무너져 내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녀는 마음 한편 그 상황이 주는 새로운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목소리를 발견했다. 무너짐이라 생각했던 행동과 생각들은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을 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그녀에게 주어진 새로운 길을 위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밀려드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슬픔과 기쁨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했다. 슬픈 일 뒤에는 기쁜 일이 따라오고 힘든 일 뒤에는 큰 성취가 따라왔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고 나니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가 생겼다. 그동안 그녀를 짓눌렀던 감정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나열하고 분리하고 다시 수정하고 또 분리하고를 반복했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나누고 합치고를 반복하다 보니 단순하고 심플한 게 가장 좋은 답이 되어 돌아왔다.


새벽 4시는 그녀에게 연습을 통한 여러 훈련을 하게 했고 훈련을 통해 그녀는 회복 탄력성이 높아졌다. 걷어내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본질을 바라보려 하니 감정이 이전처럼 널뛰기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무던해진 것일 수도 무뎌진 것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단단해진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그렇게 누구보다 자신을 조금씩 믿고 응원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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