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 여행에 미친 나, 세계를 돌다
Series : 나는 어떻게 '미친년'이 되었을까
by
글린더
Apr 7. 2023
Part 2.
몇 년간 제이는 분주한 도시부터 조용한 시골 마을까지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유럽,
아시아, 영미권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게 즐거웠다.
다양한 삶들을 느끼고 경험하고 가는 곳마다 주변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깊은 유대감과 공감을 가져보려 노력했다.
두려움을 없애려 평소에 하지 못 할 여러 도전을 시도했다.
빽빽한 정글을 하이킹하고, 협곡도 올라보고, 수정처럼 맑은 물에서 수영도 하고, 미뢰를 춤추게 만드는 이국적인 음식도 맛보았다.
그러나 제이는 여행의 횟수가 늘고 여행이 점점
좋아질수록 깊은 애정을 준 만큼 상처가 쌓여갔다.
새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거나 사랑하게 된 장소를 떠나야 할 때, 제이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임에 극심한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집이라고 부를 곳,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삶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뿌리내릴 곳을 찾아 여행을 하는 것인지, 내 뿌리내린 곳에서 버텨낼 힘을 충전하기 위한 리프레시로 여행을 하는 것인지.
여행을 왜 하고 있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난 뭘 찾아 이렇게 정처 없이 헤매는 거지?
제이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앉아 바다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석양이 빨갛게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행을 통해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고통과 고난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옳고 그름’의 흑백론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컬러 속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우리 삶도
‘단 하나의 정답’은 없으며 그저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할 합의된 규칙 아래 각각의 정답들이 있다
는 것을 배웠다.
그리곤 또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의 여행을 돌아봤다.
제이의 여행은 방랑자의 삶이었다.
어렸을 때 꿈꾸던 먼 땅과 이국적인
문화 속에 자신을 던져 넣고 수없이 상상했던 것처럼 탐험가가 되어 경로를 개척하고 만들고 도전하고.
그곳에 발을 디딜 수만 있다면 겪게 될 수많은 모험들을 탐닉하는 탐험가적 성향을 가진 방랑자.
지난 세월
겁 많은 그녀였다면 절대 행하지 못했을 수많은 도전들에 그녀 스스로가 낯설 만큼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그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도중에 누구를 만날지 전혀 몰랐다.
애초에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여행을 해왔다. 그저 과거의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깨부수고 그저 냅다 달려가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 마냥 여행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시간들은 꽤나 즐거웠고 인생 처음으로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볼 수 있고,
편견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실로 여행 중에 놀라운 사람을 여럿 만났다.
그녀에게 집과 마음을 열어주고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은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
독일
하숙집의
주인 할머니를 통해 나이는 친구가 되는 것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음을 배우게 되었고, 펍에서 만난 트랜서젠더 친구를 통해 성별의 다양성과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것을 배웠다.
각자가 가진 미의 기준도, 그것이 심미적이든 아니든 그 또한 기준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함을 배웠다.
수영장의 나뭇잎을 걷어내던 하우스키퍼 제이미도, 요트를 가지고 주말 별장에서 매주 와인파티를 하던 제임스도 삶의 다양성은 존재하되 사람의 인품과 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삶의 방식에 따른 생각방식은 매우 다양했다.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의 삶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이 재밌었다.
이 모든 순간순간들이 제이에게는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워 한 순간도 버릴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모든 것이 늘 쉬운 것은 아니었다. 외로울 때도 있었고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길을 잃거나, 카메라를 도난당하거나, 아프거나 두려울 때도 있었고, 다음 날 예정된 숙소까지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러 변수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 도전은 제이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그녀가 바랬던 것이기도 했다. 그러한 경험들은 제이에게 다각도로 생각하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용감하게 낯선 사람의 친절을 신뢰하도록 가르쳤다.
하지만 이제 여행의 목적이 바뀌어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제이는 바닥에
깔아 둔 타월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정리된 여러 생각들은 한 목소리로 이제 이 여행의 끝을 낼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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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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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Brunch Book
크레이지하게 사는 게 어때서
01
Chapter 1-1. 여행에 미친 나, 세계를 돌다
02
Chapter 1-2. 여행에 미친 나, 세계를 돌다
03
Chapter 1-3. 여행에 미친 나, 세계를 돌다
04
Chapter 2-1. 술에 미친 나, 맥주에 미치다
05
Chapter 2-2. 술에 미친 나, 맥주에 미치다
크레이지하게 사는 게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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