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과 성을 다해서 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선택들을 찾고 열심히 정성을 다했다. 결혼 생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거짓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행동에는 가식이 없으려 마음을 담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나를 아껴주시는 그 마음들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항상 감사히 상황들을 받아들였다.
조금은 마음이 불편해도, 상대를 헤아리려 노력하고
조금은 몸이 불편해도, 가족의 편의를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일하듯 가족을 대하고 있음을 느꼈다
남편과는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잘 주고받았다.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게 이해해 주려 노력하며 직장동료들에게 그러하듯 적당한 거리를 지키려 노력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런 날 중의 하루였다. 남편의 한마디가 평소와 달리 가슴에 날아들어박히기 전까지는.
"뭘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 살 것까지 있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면 되지."
별스러울 것 없는 한마디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기를 쓰고..? 나의 행동이 억척 스래 억지로 힘을 내 하고 있다고?' 잠시 그 한마디가 귀에 박혀 다른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노력이, 진심이 그렇게 느껴졌다고?라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시간들이 갑자기 부정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남편도 순간 나의 반응이 조금 의아했는지 급하게 설명을 덧붙이는 듯했지만 그다음말들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난 최선을 다했다고!'라는 생각이 들자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엔 그걸 부정한 건 아니잖아 라는 목소리가 꾸짖듯 반발했다. '난 진심으로 행동했어. 가식이 아니었다고!'라는 반박이 올라오자 목소리는 다시 누가 가식적인 행동 하지 말랬냐라 빈정거리는 듯했다. 왠지 모를 울컥함에 목구멍까지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억지로 하지 않았어. 난 내 맘이 시킨 대로 가는 대로 행동한 거야' 울먹이듯 중얼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었나 보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분명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 한 일들이 아니었는데 막상 알아주지 않으니 섭섭함이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잘 길들여진 줄 알았던 야생마의 눌려졌던 야생성이 살아나는 느낌이 이럴까. 울타리 속 안전함에 잊고 있었던 날것 그대로의 감성이 살아나듯 뭔지 모를 울컥하는 감정들이 들끓었다.
이렇게 감정이 동요할 말도, 상황도, 대상도 아니었기에, 갑작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는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가끔은 어설픈 위로가, 가장 아픈 상처가 된다
나를 위한 마음에 가볍게 던진 응원의 말 한마디였음을 알기에 속 좁은 사람은 되기 싫어 그저 입 다물고 멍하니 눈을 바라보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