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볼 땐 불륜처럼 보이면 좀 어때
불륜처럼 보이게 살자는 게 칭찬이 되는 세상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지나는 장면에 잠시 눈이 멈춘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알큰하게 취해 반쯤 잠에 빠지려는 신랑에게 농담처럼 한마디 던지며 화면을 공유한다.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회면에는 어느 해변에서 늙은 노부부가 손을 꼭 잡은 채 신발을 한 손에 쥐고 맨발로 파도를 차듯 서로 장난치며 걷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좋네~ 근데 요즘 저러고 다니면 다 불륜이라 해"
"그래? 그럼 우리도 남들이 볼 때 불륜처럼 보이게 살지 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무심코 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신랑은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난 듯 벌떡 일어나며 신난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불륜처럼 보이게 살면 되지
"야~ 이 말 너무 감동인데!!! 와~ 정말 와닿는다!!"
'응? 대체 어디가? 어떤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거야?' 잠시 멍하게 감탄을 연발하는 신랑을 바라보다 그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가끔 등산을 가면 보이는 사이좋은 중년의 커플, 등산로 근처 식당이나 카페에 다정하게 보이는 중년의 커플이 혹여 손이 라도 잡기라도 하면 금세 사람들은 불륜을 의심하며 그들의 관계가 잘못된 관계라고 지레 짐작해 버린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일까? 왜 중년의 남녀가 다정하연 불륜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그 이외의 관계는 말도 안 된다고 단정 지어버리게 된 걸까? 씁쓸한 농담 같지 않은 말에 노부부의 영상을 보며 받았던 잔잔한 감동이 파사삭 바스러져버렸다. 하지만 안다. 신랑의 의미도 나의 그것도 다르지 않음을.
오랜 연애 기간 동안 우린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일이 흔했다.
키차이로 인해 항상 걷는 속도가 달라 서로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생긴 습관 같은 거였다. 그러다 문득 함께 산책을 나간 날 맞은편에 걸어오는 중년의 커플이 서로 어색한 존칭을 하며 서로의 매무새를 매만져주는 모습을 보며 신랑과 잠시 꼭 잡고 있던 우리 손을 내려다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거리를 두고 걸은 날이 기억났다. 부부는 이래야 한다며 사람들이 오해한다고 손잡지 말고 거리 두고 걸으라며 장난을 쳤던 그날의 기억에 씁쓸함이 올라온다.
무심코 내뱉은 말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남자들 사이에 술자리 안주처럼 빠지지 않는 여자 얘기에 아내의 얘기를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아내의 칭찬을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가령 가뭄에 콩 나듯 존재할지도 모르는 아내칭찬을 눈을 반짝이며 호응해 주는 다른 남자들이 과연 존재하긴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에 도달한다.
쓸데없는 생각은 이렇게 확장도 잘되네. 이러니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자신의 불행한 생각이 깊이가 한없이 깊어지는 게 아닐까. 괜한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를 끊어내려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본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어지러움과 함께 휘청대던 생각들이 같이 흩어져 간다.
훠이~ 멀리멀리 쫓아내고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씨익 웃어본다. 그 상태로 여전히 아무 생각 없는 신랑에게 웃어 보이니 자기 말에 동의한다 생각했는지 뿌듯해하는 표정이 꽤나 웃기다. 그래, 이렇게 웃는 얼굴에 기분 좋은 오해가 쌓이면 차라리 이게 더 남는 장사지.
이왕 쓸데없는 생각들을 할 거면 이왕이면 기분 좋은 오해로 추억이나 잔뜩 만들어가자 싶어 오늘은 슬며시 연애하는 것처럼 팔베개를 해본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 연애하듯 살자.
그렇게 계속 벗겨지는 콩깍지를 다시 씌우고 또 씌우고 그렇게 백 년 만 년 살아보자. 매일 한 번씩은 나 때문에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줄게.
이렇게 생각하니 진짜 없던 연애세포가 살아나는 듯한 착각이 드는 듯하다.
좋은 오해는 두고두고 오래오래 ~
내가 좋으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