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 술에 미친 나, 맥주에 미치다

Series : 나는 어떻게 '미친년'이 되었을까

by 글린더

Part 2.


제이는 제공되는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흥분해서 더 많은 맥주를 맛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시작된 맥주사랑은 꽤나 오래 유지되었다.
그날부터 그녀의 맥주사랑은 집밖으로 나갈 이유가 되었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옷을 챙겨 입고 맥주를 마시기 위해 친구와의 약속을 잡고 맥주를 마시기 위해 사람들 속에 들어갔다.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 관계없었다. 그저 맥주가 주는 시원하고 알싸한 경쾌함이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렇게 한잔이 두 잔이 되고 한 병이 두병이 되어 갔다.

어린 나이였기에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걱정 따윈 없었다.

처음엔 그녀의 가족들도 그녀의 외향적인 활동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더 나을 거라 생각하고 그녀의 맥주사랑을 지지했다. 한두 잔이 문제 되지 않겠냐는 걱정이 집에 콕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라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그러는 사이 그녀의 주량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만 갔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게 마시는 일이 늘어났고 어느덧 그녀는 맥주의 향과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닌 술을 마시는 행위자체에 중독이 된 듯 보였다.

그녀는 밥을 먹을 돈이면 술을 찾았고 술을 조금이라도 더 마시고픈 마음에 밥을 먹는 것을 포기했다.

맥주는 그녀의 삶을 조금씩 망가뜨려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일 년 여가 지났을까 어느 날 짙은 숙취로 그녀의 하루가 송두리째 사라지던 여느 흔한 아침이었다.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아버지가 떠올랐다. 술을 어떻게 마셔야 하고 술을 마실 때는 이래야 하고 술이 어쩌고 저쩌고 하셨던 아버지의 주도에 관한 일장 연설이 휘리릭 지나갔다.


그녀는 그날부터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것들에 탐닉하기 시작했고 맥주 양조장, 와이너리 등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맥주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맥주가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더 가깝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맥주 축제에 참석하고 시음을 통해 그녀는 자신들의 열정을 공유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화는 쉽게 흘러갔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술에 의한’이 아닌 ‘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들을 차츰 배워갔다. 술과 관련된 세상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술이라는 것이 주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매력들에서 가치를 찾아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새로운 반짝임을 느꼈다.


양조과정들을 보다 보니 사소해 보이는 어느 한 과정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이 경이로웠다. 돌아보니 인생의 작은 순간들이 감사하고 순간순간이 소중해졌다.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관심사를 포용하는 법을 배워 가며 장벽을 허물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법을 배워갔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 속으로, 다시 사람 속으로 조금씩 섞여 들어갔다.

여전히 여행을 갈 때도 와이너리 투어나 양조장이 있는 도시들은 코스에서 1순위로 고려하며 매 식사에 맥주 한잔의 사치는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녀에게 맥주 한잔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적인 관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였지 더 이상 그녀를 갉아먹지 않았다.


물론 여느 취미가 그렇듯 맥주에 대한 애정이 지나칠 때도 있었고, 열정과 절제, 책임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워야만 하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건대 맥주에 대한 그녀의 새로운 관심은 그녀의 삶을 무수한 방식으로 풍요롭게 했고, 그녀가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과 연결의 새로운 세계를 선물했음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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