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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토크 Aug 18. 2020

말은 깔때기에 물 붓듯이

말을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

할 수 있는 말은 늘리고, 하는 말은 줄여라.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 경험이 쌓이며 접하는 많은 문제의 해답은 결국 '철학'으로 회귀하곤 한다. 정치인들이 여러 정책 대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어떤 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은 결국 '이러저러한 정치를 하고 싶다'라는 자신의 정치철학에서 찾아야 한다. 필자는 교사로서 더 나은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과 수업, 학생 상담, 평가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배우고 실험해오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실험할수록 모든 교육적 고민의 끝에는 항상 '나는 어떤 교육을 실천하고 싶은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철학이 먼저이고, 방법은 다음이다.


  말하기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철학이 먼저이고, 방법은 다음이다. 말을 잘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방법들에 앞서, 철학과 원칙을 가져야 한다. 사람마다 다른 철학과 원칙을 가질 수 있다. 각자 속한 문화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며, 물리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철학과 원칙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원칙과 철학을 접하고 스스로에게 접목시켜보는 것은 자신의 철학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 



  앞서 쓴 글(링크 참조: https://brunch.co.kr/@gleet/29)에서, '말하기 실력은 연습을 통해 늘릴 수 있다.'는 대전제를 제시했다. 그보다 좀 더 '말하기'의 본질에 접근하는 원칙을 한 가지 소개하려 한다. 바로, '할 수 있는 말은 늘리고, 하는 말은 줄여라.'이다. 우리의 말주머니에 할 수 있는 말을 최대한 늘리고, 말주머니에서 꺼내는 말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깔때기가 하나 있다고 생각해보자.

By Donovan Govan.

  할 수 있는 말을 늘린다는 것을 깔때기 위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 반면 실제로 말을 뱉는 것은 깔때기 아래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 깔때기에 물을 부으면 투입되는 물에 비해 현저히 적은 양의 물이 천천히 빠져나온다. 말은 이렇게 해야 한다. 이 원칙을 두 부분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할 수 있는 말을 늘리는 것'과 '하는 말을 줄이는 것'으로.


할 수 있는 말을 늘려라

  

  말을 잘하기 위해선 우선 할 수 있는 말을 늘려야 한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여러 표현을 알아야 한다. '알쓸신잡'을 시청한 적이 있는가? '알쓸신잡' 출연진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출연진들은 단연 유시민 작가와 김영하 작가였다.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런 것까지 알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잡학박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이들은 물리학, 미술, 역사, 문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식을 쏟아내고, 사람들은 이들을 보며 ' 말을 너무 잘한다.'며 감탄한다.

출처: tvN

  사람들이 이들을 보며 '말을 잘한다.'라고 느끼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서이다. 이들은 상식이 풍부할 뿐 아니라 남들보다 풍부한 어휘, 어구, 문장 등을 구사한다. 풍부한 상식과 표현력을 통해 분야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새로운 지식을 맛깔나게 전달하고, 지식을 얻는 시청자들은 즐거움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낸다.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에 물리학적 지식을 곁들이기도 하고, 흔한 일상 속 장면을 역사적 사건에 빚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들처럼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말을 참 잘한다.'라고 생각한다. 새로움만 제공해도 '말을 잘한다.'라고 느낄 만 한데, 이들은 표현조차 훌륭하다. 때로는 함축적인 짧은 단어 하나로, 때로는 수려한 문장을 사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서이다.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작가는 말을 모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말을 모으며 산다.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몰랐던 사실이나 좋은 표현들을 알게 되면 노트에 기록한다. 이렇듯 김영하 작가는 매일 '할 수 있는 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김영하 작가보다 말을 못 할 가능성이 다분한 우리 대부분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진다는 것은 '말하기 도구'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정 상황에는 특정 도구가 다른 도구들보다 더 효율적인 법이다.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딸 수 있지만 병따개가 훨씬 더 효율적인 도구인 것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선 특정 도구가 다른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이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말하기 도구'가 많아야 말을 통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사업 전망, 예상되는 문제점, 잠재적 경쟁자 등 관련된 많은 정보를 탐색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당신이 특정 학문을 가르치고 싶다면, 해당 학문의 역사·전망·적용 분야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사업 계획에 포함될 단어와 표현들을 알아야 하며, 학문적 개념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비유 표현들을 많이 알아야 한다. 이렇듯 당신이 '할 수 있는 말'을 늘려야, 말을 통해 당신이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


하는 말은 줄여라

 

  할 수 있는 말을 늘리는 것이 깔때기의 윗부분에 관한 이야기 었다면, '하는 말은 줄여라'는 깔때기 아랫부분에 관한 이야기이다. 할 수 있는 말을 잘 늘렸다면, 우리 안엔 좋은 지식과 표현들이 가득할 것이다. 이것들이 너무 좋아 보이는 나머지, 우리는 이 모든 '좋은 것들'을 쏟아내고픈 욕망에 빠진다. 열심히 배우고 얻은 것들을 사용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말을 잘하기 위해선 하는 말을 줄여야 한다. 과묵해지라는 말이 아니다. 필요한 말만 하라는 것이다. 한 번에 여러개의 주제의 말을 쏟아낸다면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문장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좋은 말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해 그것만 말하고, 주제를 더욱 빛낼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언'들이 있다. 그러나 이 명언들이 아무리 좋다 한들, 누군가 한참을 내게 명언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해보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소년이여 꿈을 꿔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와 같은 문장들 말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이런 '좋은' 말들을 10분 동안 쭉 읊고 있다면, 명언에 감동을 느끼기보다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주제의 명언을 한 번에 던져서 생기는 문제이다. 한 번에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야 듣는 사람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해할 수 있다. 내 말을 듣고 상대방이 내가 해준 말을 핵심적인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분, 몇 시간을 이야기하더라도 상대방이 내 요지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말을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했다면 나머지 말은 주제 한 마디를 빛내주기 위한 들러리가 되어야 한다. 예식장에서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빛내주기 위해 하객들이 흰 옷을 입지 않는 것처럼, 주제가 아닌 다른 문장들은 자신이 빛나기보다 주제를 빛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 들러리들은 너무 튀어도 안되고, 너무 많아도 안된다. 자칫 주제를 가려 말의 초점을 잃게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말이 많다는 것은 나의 말주머니가 커진다는 것이다. 말주머니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내가 가진 '좋은 말'의 양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말주머니에 있는 말을 한 번에 쏟아내면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 쓰면 좋을 말도 다른 상황에선 나쁜 말이 될 수 있다. 할 수 있는 좋은 말을 늘려라. 그리고, 그 말이 빛날 수 있는 상황에 그 말을 꺼내라. 말하기 도구를 늘리는 것도, 적재적소에 알맞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말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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