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실천하는 것의 유익
광고카피들 중 문장을 듣는 순간 특정 브랜드가 생각나는, 소위 '대박친' 카피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Just Do It."은, TV나 인터넷이 잘 보급된 나라에 사는 사람 누구나 들어봤을만한 '글로벌 히트 카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땀흘려 노력하는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의 영상 뒤에 짧게 얹어지는 이 한마디는 보는 사람에게 운동 뿐 아니라 삶의 전반에 관한 열정을 불어넣습니다. 마치 나도 당장 자리를 가볍게 박차고 달려나가 운동을, 혹은 어떤 위대한 일을 열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기분과는 반대로, 실제로 "Just Do It."을 실천하는 빈도는 참 낮습니다. "Do" 하려는 의지는 충만합니다. 새해가 되면 항상 다이어트, 독서, 그 외 여러가지 목표들을 세우고, 이후 매일, 매주, 매달, 혹은 분기마다 "이런 일들을 해야지!"라는 계획을 마구 세웁니다. 의지가 없으면 계획도 세우지 않을테니, "Do"에 대한 의지(혹은 의무감)는 충만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Just"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넘치나 그냥! 즉시! 시작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운동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Just"를 실천하려면 당장 나가 달리기를 하거나, 헬스장에 가거나, 혹은 필라테스를 등록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먼저 검색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헬스장이 좋을까?", "편한 옷 입고 운동해야하니까 운동복부터 사야지!" 이렇게 검색하고 계획하는데 한참을 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웹툰이나 유튜브라는 유혹의 손길에 납치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정신이 돌아오면 운동은 '내일부터 시작하는 일'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실수 있습니다.
혹자는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준비를 먼저 하는게 맞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계획, 준비 매우 좋습니다. 운동이 되었든 공부가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실천하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계획을 세우는 중에 우리의 주의는 참 쉽게 분산되고, 어찌저찌 계획을 세우더라도 계획만 세우고 실천은 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사소한 이유로 계획을 엎어버리는 것도 우리가 가진 놀라운 재능입니다. '열두 발자국'의 저자인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그의 책에서 '마시멜로 챌린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즉시' 실천할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마시멜로 챌린지'는 18분 안에 스무 가닥의 스파게티 면, 접착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 한 개를 가지고 가장 높은 마시멜로 탑을 쌓는 팀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는 다양한 직종의 팀이 참여하였는데, 놀랍게도 미국 경영대학원(MBA)학생이나 변호사들이 쌓은 탑보다, 유치원생들이 쌓은 탑의 평균 높이가 현저히 높았다고 합니다. 탑을 쌓는 과정을 관찰해보면, 엘리트 집단은 탑을 쌓기 시작하면 나름의 가설과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계획을 짭니다. 계획에 따라 열심히 탑을 쌓고 종료 직전 탑에 마시멜로를 올려놓으면, 그들의 탑은 대개 무너져버린다고 합니다.
반면 유치원생들은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습니다. 일단 만들기 시작하고, 한 번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좀 더 높은 탑을 쌓습니다. 일단 하나를 완성하고, 어떻게 하면 더 높은 탑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조금씩 조금씩 높은 탑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정재승 교수는 이에 대해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겐 쌓아야 할 마시멜로 탑이 참 많이 있습니다. 직장 업무도 잘해야하고, 독서, 운동, 그외 자기계발 등 하고싶은(혹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일들을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궁리하고 계획을 세우다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유치원생들처럼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낫습니다. 작은 탑을 하나씩 쌓다보면, 그 성취는 노하우가 되고 보람이 되어 더 높은 탑을 쌓는 양분이 될 것입니다. 저에겐 이 글도 작은 마시멜로 탑입니다. '열두 발자국'을 읽다 'Just Do It'이라는 카피가 생각났고, 마시멜로 탑 이야기와 'Just Do It'을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은 마시멜로 탑을 하나 쌓았습니다. 당신도, 지금 당장 아주 작은 마시멜로 탑을 쌓아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