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산성' 서평
'초생산성'은 당신의 '시간 컨설턴트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하루는 24시간, 일주일은 168시간, 1년은 8760시간.
나이와 성별, 직업과 부의 크기를 막론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자원, 바로 시간이다. 그렇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도 누군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하면서도 당장 이번 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기도 하며, 반면에 누군가는 '나는 4시간만 일한다'의 저자 팀 페리스처럼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 계발에 투자하면서도 수십, 수백억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를 보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양이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양의 돈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투자 성과나 커리어의 변화에 따라 노후의 재산 수준이 다르듯이, 모두가 같은 시간을 가지고 산다고 해도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투자, 재테크 공부는 하면서도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는다. 돈보다 훨씬 귀하고 희소한 자원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전에는 들어보기 힘들던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어지러운 집안을 질서 있게 정돈해주는 직업인데, 30평대 기준 하루 약 3~40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책 '초생산성'은 당신의 '시간 컨설턴트'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정돈되지 않고 낭비되던 시간들을 줄이고, 어지러운 당신의 시간표를 '멈추기', '제거하기', 행동하기'의 과정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해줄 것이다. 집을 정리하는 데 3~40만 원이 적정 가격이라면, 삶을 정돈해줄 이런 책의 가치는 도대체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빈틈없이 차있는 스케줄, 헉소리나는 스케줄을 엄청난 속도로 처리하는 기계 같은 모습, 그로 인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였다. 내가 생각한 '생산성'이란,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하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인 마이클 하얏트는 생산성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산성이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해내는 것이다.
- Michael S. Hyatt
직장에서 나에게만 일이 밀려온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소위 '열심히' 일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게 일을 맡기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00씨가 제일 잘하니까', '00씨 밖에 없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런 말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크게 무리되지 않는 일이면 해주는 편을 선택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일이 밀려온다. 내가 더 많은 일을 해낼수록, '내 일'보다는 '남의 일'을 하며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밀려드는 일이 부담스러워 거절하려고 하면, '혹시 내가 변했다고 생각할까?', '이제 저 사람이 날 안 좋게 평가하려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곤 한다.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런 현대인들의 고민을 꿰뚫어 본 저자는, 많은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옳은 일'일까?
그래프의 가로축은 능숙도, 세로축은 열정이다. 능숙하지도 않고 열정도 없는 일은 '고역 영역'에 속한다. 능숙하지만 열정이 없는 일은 '무관심 영역', 열정은 있지만 능숙하지 않은 일은 '산만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능숙하며 열정 있는 일은 '갈망 영역'에 속한다.
내 사례를 들어 각각의 영역을 설명하면, 나에게 있어 '고역 영역'에 속하는 일은 '빨래'다. 세탁기 돌리는 정도라면 모를까, 빨래를 널고 개는 등의 일은 잘하지도 못하고, 그다지 하고 싶지도 않다. '무관심 영역'에 속하는 일은 직장에서의 잡다한 업무, 특히 영수증 처리 같은 꼼꼼함이 필요한 일이다. 하면 잘할 수 있지만, 지루한 일이 싫어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산만 영역'에 속하는 일은 '상담'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 남들 상담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태생이 듣는 것보단 말하는 걸 좋아해 경청에 익숙하지 않아 상담을 잘한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갈망 영역'에 속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 '말하는 일'이다. 소위 '입으로 벌어먹고 사는 일'로 돈을 벌고 있고, 열정 있고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마이클 하얏트가 말하는 '올바른 일'이란 4가지 영역 중 '갈망 영역'에 속하는 일, 혹은 잠재적으로 '갈망 영역'에 포함될 만한 일을 뜻한다. 즉, '생산성'이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갈망 영역'에 투자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다른 영역보다는 '갈망 영역'에 속하는 말하고, 가르치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내가 행복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지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말하는 일은 안 하고 싫어하는 일, 가령 혼자 방에서 빨래하고, 영수증 처리하면서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하고 있다면, 아무리 바쁘게 살고 많은 일을 해낸다고 해도 '생산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생산적인 삶을 위해선, 다른 영역에 속하는 일들은 아웃 소싱하거나 제거하고, '갈망 영역'에 속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책 '초생산성'을 읽다 보면, '나에게 있어 갈망 영역에 속하는 일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싫어하는 일을 제거해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앞서 소개한 그래프를 보며 '나한테 이 영역들에 속하는 활동은 뭐지?' 하는 등의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책 중간중간 워크시트가 포함되어있어, 책을 읽으며 동시에 실천까지 가능한 철저한 실전용 서적이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하루하루가 버겁고, 그러면서도 삶이 변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단,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들이라면 다른 동기부여,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어지럽게 채워진 삶의 시간표를 제거하고 정리하는 책이지, 아무것도 없는 백지를 채워주는 책은 아니다.
더 하이의 다른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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