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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토크 Oct 24. 2021

열심히 살았는데, 벼락거지가 됐다.

자산 가격 상승에 현타를 느끼는 우리에게 

* 이 글의 내용은 영상으로도 제작되어 있습니다. 영상과 글 중 편한 방법을 통해 소비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6dXa9AOOffM



  '벼락거지'란 말 요즘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등 가격이 오르지 않은 자산이 없고, 그로 인해 자산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갑자기 뒤처진 사람들.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 분명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성실하게 살아온 나의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에, 그리고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패닉 바잉', '빚투', '영끌'이라는 표현들이 뉴스 기사를 장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하며, 우울해하고, 좌절합니다. 직장생활, 취업준비 다 의미 없는 일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열심히 일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누구는 몇 주, 몇 달만에 벌고 은퇴했다는데,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은 '열심히', '성실히' 살던 사람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열심히 살던 사람들은 인생 처음 느껴보는 무기력함에 당황합니다. 

'난 원래 이렇게 무기력한 사람이 아닌데.'
'난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왜 이러지?'
'내가 원래 이렇게 감정 컨트롤을 못하는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에 스스로를 더욱 자책하고 힘들어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분노와 허무함은 우리의 이성으로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저를 포함해 이런 무기력함과 좌절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과 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의 저서인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 정상적인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세계 보건기구(WHO)가 창립이래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단 3번,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 그리고 코로나19 뿐입니다. 그중,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그 이후 각국 정부의 어마어마한 돈 풀기로 엄청난 자산 가격 상승이 찾아온 것은 코로나 19 시대가 유일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비정상적인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일상에만 충실하는 '정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삶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치료법인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 본인조차도 죽음의 수용소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 또한 때때로 인간성을 상실했음을, 생존을 위해 온갖 비합리적, 부정적 사고에 사로잡혔음을 고백합니다.


  무기력에 빠져있으신가요? 폭등하는 자산 가격 앞에 '현타'가 와서, 내가 하는 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너무나 정상입니다.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살면서 처음, 혹은 인생 가장 강하게 느끼는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놀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나는 지극히 정상이구나.'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 타당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세요.


  조금 더 나아가, 빅터 프랭클 박사가 소개하는 감정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있는 한 구절입니다.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제 본업은 중학교 교사인데, 아이들이 참 화를 많이 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슬퍼도 화를 내고, 속상해도 화를 내고, 우울해도 화를 내고, 밥이 맛없어도 화를 냅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를 데려다가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아이는 화난 것이 아니에요. 슬펐던 것이고, 외로웠던 것이고, 속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화를 낼까요?


  프랭클 박사가 말한 대로 감정은 자세히 묘사되기 전까지는 그저 고통일 뿐이기에 그렇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인지, 어떤 사건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하거나 글로 써보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허물은 벗겨지고 '슬픔', '외로움', '우울함', '좌절감' 등 감정의 실체가 나타납니다. 분노와 무기력함의 껍질을 벗은 말랑말랑한 감정 그 자체 가요.


  감정의 실체를 알면 그 감정을 다루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슬픈 영화를 보며 마음껏 울 수 있고, 좋은 날 좋은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할 수 있죠.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코로나 19로 인해 준비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막막하고 우울하신가요? 난 사교적인 사람인데,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수 없어 외로움을 느끼시나요? 너무나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에 좌절을 느끼시나요? 무엇이 됐든, 느끼고 있는 감정을 정확히 묘사해보세요. 나를 괴롭게 하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보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첫 발자국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사회변화로 우리는 '뉴노멀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많이들 말합니다. 그런데, '뉴노멀'은 필연적으로 적응의 과정을 동반합니다. 이 과정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지만, 필연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고통의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하면, 우리는 그저 익숙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뿐입니다. 적응의 고통을 겪고 있을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온갖 감정은 그 자체로 타당하며, 정상적인 반응일 뿐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주세요. 그리고,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세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삶의 다음 발자국을 내딛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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