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그 순간의 기록 #09
스물이라는 말이 내 나이에서 사라지기까지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16개월밖에 남지 않아서 일까.
누구나 한 명쯤은 알고 지낸다는 텔레비전 속 저승 그 자가 말했듯이
완벽의 수인 10에 가장 가까운 수이자 미완과 불안의 수인 9라는 숫자를 내 나이에 붙이게 된 탓일까.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고,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유독 흘러넘친다.
마음에는 작은 여유조차 머물 자리를 찾을 수 없고 온통 번잡하기만,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마음이니 휴식을 주어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마치 오랜 여행을 떠나려 집 문을 나설 때 무언가를 빠뜨린 것만 같은 찝찝-한,
바로 그런 기분이 하루 중에도 문득문득 솟아난다.
스물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했고 무엇을 선택하던 그 한마디가 내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제 스물을 내려놓고 서른을 시작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니,
지금을 중요시하는 만큼 앞으로의 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져
모든 행동과 생각에 버퍼링이 걸려버린다.
극도로 걱정 많고 소심하다가도 한없이 충동적이고 모험적이던 나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것이 정답이 아닐지도 어쩌면 내 선택을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스스로의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스물의 나일 때,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그 모든 일들이 결국엔 그때의 나이기에 할 수 있었고,
그 나이의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듯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선택들 역시,
지금의 내가 해야 하는 일이자 지금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스물과 서른 사이,
그 속의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은 마주하게 될 갈림길.
이 길에서 굴하지 않고 꿈을 계속 좇는 이들과
낯선 현실을 당당하게 맞서 보겠다는 이들,
그 모두가 옳고 어느 하나도 잘못되지 않은 길이다.
그 사람이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테니.
그러니 기죽지도 말고 축 쳐 지지도 말고 가슴 쫙 피고 당당하게.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길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