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제주댁 이야기 | #서울 #완도 #제주 #제주한달살기
드디어 오랫동안 함께 바라고 고민했던 제주에서의 한달살이를 시작하는 날이다. 그와 약속된 출발 시간은 아침 6시 30분이었는데, 다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불면증 때문에 몇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2시에 눈이 떠졌다. 한번 잠들면 긴 시간 숙면하는 그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을 쓴 탓인지 비슷한 시간에 잠에서 깼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들 시간, 새벽 3시 반. 굳이 오지 않을 잠을 청하려 애쓰지 않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일찍 출발해 버리자 하며 그 어느 때보다 말똥말똥한 정신에 하이텐션까지 장착하고 보다 긴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한 달치의 짐을 잔뜩 실어 유독 묵직하게 내려앉은 듯한 차를 타고 이동하는 3시간 내내 우리는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 올해로 연애 3년 차, 만날 때마다 그렇게 수다를 떨어대는데도 매일 하고 싶은 말이 흘러넘치는 것이 이따금씩 놀랍다. 갖가지 비트의 음악들을 배경으로 깔아 둔 채, 둘이서 장난치고 웃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함평천지 휴게소까지 4km 남았다는 파인이(내비게이션 파인드라이브의 애칭)의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다. 서울에서 완도까지 꼬박 5시간가량 운전하고도 배로 2시간 반 이동한 후, 제주 애월항에서 숙소까지 다시 1시간가량 이동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라, 휴식이 반드시 필요했다. 총 이동거리의 절반 정도 되는 곳이자, 서해안 고속도로의 마지막 휴게소이니만큼 함평천지 휴게소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끼니도 챙기기로 했다.
출발할 때 한 치 앞도 안보일만큼 새카맣던 하늘은 서해안 고속도로의 끝으로 갈수록 푸르게 변했다. 이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떠오르려 붉은빛이 온 하늘을 뒤덮었고 새벽의 자욱한 안개에 해를 볼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동그랗고 선명한 모양의 해가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고, 일출을 잘 볼 수 있게끔 우리에게 맞춰주기라도 한 것처럼 딱 눈높이에 멈춰 서더니 휴게소까지 가는 내내 우리와 함께 달려주었다. 평소 작은 것에도 의미 부여하기를 즐기는 나는 우리가 함께할 한 달의 첫날, 그 첫 시작을 황홀하게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할 수 있음에 또 한 번 의미를 더했다. ‘출발이 이렇게 좋으니, 제주에서의 한 달은 그 어떤 때보다 더 특별하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아’며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끊임없이 행복함을 표현했다.
재이리 남친이라는 극한직업의 그는 잔뜩 신나 하는 나를 더 웃게 해 주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다 창밖의 해를 삼키고 뱉는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입을 있는 힘껏 크게 벌리기도 했다.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며 그렇게 또 한참을 웃었다. 장시간 장거리 운전을 그에게 몽땅 맡겨야 하는 상황에 피곤하지 않냐며 물으면, 매번 내가 미안해할까 봐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고 깊고 이쁜 보조개를 보이던 그. 휴게소에 주차하자마자 공벌레 자세로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는 완전히 하늘 위로 높게 뜬 해가 온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아침,
곧 시작될 우리의 제주 한달살이를 떠올리니 괜스레 웃음이 나고 마음이 몽글해져
곤히 잠든 그의 옆, 보조석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소곤소곤 말을 건넸다.
한 달 동안 많이 웃고,
행복하고 즐겁게 잘 지내고 오자
<한 달이라도 좋아요 미스 제주댁> 은 브런치에서 글·사진으로, 유튜브에서영상으로 제작됩니다. 영상이 궁금하시다면 놀러오세요 :-▷ https://youtu.be/i7iXoxWKB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