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담한 자영업자 Oct 12. 2021

다시, 과정이 중요하다

- 자존감을 잃지 않는 자영업

저는 어릴 때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아마 2010년이 지날 즈음이었을까요? 국내에 신자유주의의 가치가 극성을 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당시에는 훨씬 심했던 것 같아요. 성과를 내기 위해 개인이 가진 모든 것들을 갈아 넣으라는 요구를 기업들이 당당하게 강요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런 도덕책 같은 말을 지금도 믿니? 세상은 전쟁이야. 죽느냐, 사느냐 라고. 과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어쨌든 버텨내고, 결국엔 성과를 만들어내라.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주변에 팽배했지요. 


당시 직장인이면서, 한 프로젝트의 장을 맡고 있던 위치에 있던 저 역시 그때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없다면 결국 말짱 꽝이라고요.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음 과정 따위는 없다.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역시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정과 결과, 이 두 가지를 떼어놓고 경중을 가리는 우를 범했던 것입니다. 

'결과와 과정 중에, 무엇이 중요해? 둘 중에 하나 골라.'가 된 것이죠. 결과는 과정의 종점이기에, 과정 없이는 결과도 없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결과라는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과정이 엉망진창이었다면 어떨까? 엉망진창이 된 과정에서 나 자신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라면, 그 결과의 과실은 내 것이 아니게 됩니다.


또한 결과라는 도착점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의 길이는 매우 짧습니다. 특히 제 경우는 성격이 급하고, 돌아온 길보다는 다시 나아갈 앞만 바라보는 편입니다.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도착점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그 여운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성공에 의한 우울감마저 느끼지요.

  

때문에 도착점에서 무언가를 찾지 말고,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자기 자신을 더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착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감정들과 생각을 음미하고, 발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감정은 억누르며 목표점으로 나아가려고만 부단히 노력했던 그때, 제 마음은 크게 다치고 말았으니까요. 과정 속에서 내가 나와 잘 지내지 못한다면, 그곳은 지옥일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하락에 베팅한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