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담한 자영업자 Sep 20. 2022

하락 베팅 후, 1년

- 자존감을 잃지 않는 주식투자

앞선 글들을 보시면 저는 작년 - 2021년 8월과 9월에 KODEX 인버스 종목을 분할 매수했고, 이제 만 1년이 되었습니다. 아직 보유 중입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2022년 9월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25.89%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아직 수익을 실현한 것이 아니므로, 최종 수익률은 얼마가 될지 모릅니다. 흘러가는 모양새로 보아, 몇 개월 이상은 더 보유를 해야 할 듯싶네요.



개별주나 코인 등에 투자해서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분들이나, 혹은 폭등주를 노려서 50%에서 몇 배의 수익률을 바라는 분들이 볼 때에는 길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 수익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치러야 할 매매 건수는 연간 몇 건이나 될까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못해도 수십 회에서 수백 회는 될 겁니다. 저는 1년에 많아야 매수가 한 번인데, 5~10회 정도 분할 매수를 하니까 5~10회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매도는 그 횟수가 훨씬 적습니다. 한 회, 한 회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그 매매 주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큰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저는 그렇게 큰 에너지를 들일 필요도 없고, 투자 수익보다는 아직도 제가 일을 해서 벌어 들이는 사업 수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주식 매매에 제 시간과 정력을 쏟아붓고 싶지 않습니다. 따라서, 몇 번의 매매로 운이 좋으면 큰 흐름을 타고 연간 15~30%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대만족입니다. 



위의 차트는 코스피 차트입니다. 작년 6월에 최고점을 찍고 난 시점부터,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의 일봉 차트입니다. 참고로 저는 KODEX 200이나 인버스 같이 인덱스에 연동하는 ETF 종목들은 해당 종목 차트 보다, 인덱스 차트를 거의 우선시하는 편입니다. 


차트에 표기한 [A] 구간 - 작년 8~9월 경 - 에서 분할 매수를 했습니다. 이후 횡보구간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좀 하긴 했지만 차트의 모습은 한동안 정말 교과서처럼 큰 페이크 없이 차트를 그리며 주욱 떨어졌고, 올해 7월 4일에 최저점 찍고 반등 후 - [B] 구간 -, 다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시 하락 중인 상태입니다. 


[B] 구간이 시작되기 직전인 올해 6월에서 7월 중순까지의 가파른 하락 구간에서의 시장 분위기는 정말 나락에 떨어진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평소 들어볼 일이 없었던 단어들이 등장하고, 어느 때보다 미국 연준의 입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큰 폭의 미국 금리 인상에 덧붙여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의 문제 등, 모든 시장 악재들이 모두 다 터져 나온 듯한 그런 분위기였지요.


하나, 대세 상승과 하락의 기준선으로 삼는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에서 일봉이 너무 높게, 너무 낮게 떨어져 있는 현상 - 즉, 이격도가 커졌다는 것은 곧 변곡점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곤 합니다. 


그렇게 지옥 같던 장에 갑자기 훈풍이 불어왔습니다. 위 차트에서 [B]로 표시한 구간인데요, 이때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과 메시지를 무르게 받아들였다고 할까요. 내년 초까지의 금리 상승 시나리오를 시장에 모두 녹여서 반영했다면서 희망 회로를 가동하며 선제적으로 달리는 베어마켓 랠리가 펼쳐졌지요. 코스피는 60일선을 뚫고 올라가는 정도였지만, S&P500 같은 미국 차트는 대세 상승과 하락의 반전 기준이 되는 200일선까지 강하게 뚫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던 구간입니다.


상승장인 [B] 구간이 펼쳐졌던 8월 16일까지의 부분만을 확대해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B] 구간이 이번 텀의 투자에서 가장 조마조마하게 지나온 구간입니다. 왜냐하면 7월 4일 최저점 이후, 8월 16일까지 한 달이 조금 넘게 베어마켓 랠리를 펼치는 상승구간을 지켜보아야 했으니까요. 원칙 매매를 고수할 때의 가장 큰 위기는 최대 수익률을 보고 난 이후에 찾아옵니다. 장기투자의 원칙 매매는 '상투'가 아니라 '목'에서 팔아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최대 수익률에서 매일매일 그 퍼센티지가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목'이 아니라 '이마'나 '광대뼈', '턱'에서 팔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기 때문입니다.


코스피 최저점 바닥(인버스 차트에서는 상투)에서 팔았다면 벌 수 있는 수익률을 직접 눈으로 봤는데, 필연적으로 큰 텀의 하락세에서 중간에 찾아올 수 있는 베어마켓 랠리가 생각보다 기세가 강하면 더욱 그러하죠. 차트를 볼 줄 아는 분들이 오히려 더 흔들릴 수 있습니다. 


차트에 파란색 실선으로 겹겹이 그려 놓은 저항선을 일봉이 갭상승으로 뚫고 올라가고, 중기적 추세선인 60일선까지 가뿐히 넘어서면 누구나 '가파른 V자 반등이 중장기적인 추세 전환으로 전환되는 건가?', 하고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심지어 미국 증시는 저 랠리 구간에서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평선을 뚫고 올라가기까지 했으니, 더욱 헷갈리고 흔들릴 수밖에요.


이런 상황에서 8월 17일, 저 차트의 오른쪽에 파란색 실선을 뛰어넘는 일봉이 그려졌다면 아마 저는 200일 이평선 매도 원칙을 끝내 지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코스피는 8월 17일 이후 최근까지 다시 하락을 했습니다.


8월 16일~17일 즈음의 인버스 매도가 원칙에 벗어난다고 말하는 이유는, 코스피의 대세하락이라는 추세의 종료와 상승 전환이 확인되지 않은 도중의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8월 17일부터 이후의 일봉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지, 200일 이평선에 종국에는 닿게 되는지, 이평선을 뚫고 올라가는지를 확인하고 그렇다면 매도를 하는 게 원칙 매매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 매매를 방해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200일 이평선에 닿아 뚫고 올라가 2650선 정도에서 매도를 하고나면, 지난 1년 간의 수익률은 대강 많아야 9~10% 수준에 그치고 말 거라는 실망감 - 즉, 지금 팔면 그보다 더 남는다는 욕심입니다. 9~10%도 어쨌든 수익이지만, 사람의 심리는 0에서 솟아난 +9%의 수익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며칠 전에 본 +30%를 자꾸 떠올리게 되어 있어요. 수익률 +30% 시점에 주식을 사서, 마치 지금 주식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매매가 가장 큰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머리는 알지만, 자꾸 욕심이 속삭입니다. 이만해도 되었잖냐, 라면서.


상승 랠리가 일단락되면서 장기적인 인버스 종목 보유 투자자로서는 위기를 넘긴 셈입니다. 대신, 그 시간 동안 200일 이평선도 이제 2600에 더욱 근접한 상태이니, 이후 다시 상승랠리가 펼쳐져 정말로 추세 전환이 되더라도 이전보다 기대수익률은 더욱 올라가 있다는 것이 보상이라면 보상이라 하겠습니다.



세줄 요약입니다.

1. 대세 흐름을 타는 가운데, 큰 변동을 견뎌내기란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2. 그것은 욕심 혹은 공포와 싸우는 과정 

3. 그래도 추세전환 확인 없는 매매는 하지 말자. 잘만 하면, 더 큰 수익이 찾아온다.



덧붙여서.
바로 직전 글(6월 중순경에 작성했습니다)을 보시면, TIGER 미국 S&P500 선물 인버스를 보유하고 있던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종목은 지난 7월 중순 경, 베어 마켓 랠리 초반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랠리 시동이 드릉드릉 걸리려고 하길래 서둘러 매도했고, 그 이후로는 변동성이 큰 것 같고 종목 자체의 매매가 호가에 원활하게 매매하기 용이하지 않아 매수하지 않았습니다. 


덧붙여서 2.

이 글 윗부분에 붙인 보유종목을 보면, 코스피가 상승하면 올라가는 KODEX 200이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8월 말 즈음에 극소량 매수했는데, 이것은 코스피가 매수 타이밍이라서 산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마이너스 방향에 투자를 한 지, 이제 1년이 지나가는 상황이고 대세의 흐름이 중장기적으로는 변곡점이 찾아올 때가 있을 것이라 일종의 인디케이터 역할로 매수한 것입니다.  1주 혹은 몇 주만 딱 사놓으면 일일이 차트를 보지 않아도 보유주식 잔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대강의 추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편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2.6.14 중간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