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 어떻게 구분할까

- 빈티지 초보를 위한 가이드 (1)

빈티지, 혹은 앤틱이 유행인 시대. 당신이 여기에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몇 가지 상품을 찾아보거나, 빈티지 편집숍, 앤틱 편집숍을 찾아가본 적이 있다면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비슷해 보이는 물건들 앞에 붙은 이름들이 제각각이라서.


어떤 것은 ‘빈티지’라 하고,
어떤 것은 ‘앤틱’이라 하고,

또 ‘올드 빈티지’, ‘레이트 빈티지’, 심지어 어떤 곳에선 ‘브로캉트’라는 표현도 보인다.


사실 이 차이를 눈치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빈티지 시장에 상당히 가까이 와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계에 오기도 전에 흥미를 잃는다.




이름이 많은 이유부터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이 이름들은 서로를 정확히 가르는 경계선이 아니다. 빈티지 시장에는 법으로 정해진 단일 기준도 없고, 국가마다 통일된 정의도 없다.


대신,

시장의 관행

지역별 문화

딜러들의 실무 기준


이런 것들이 겹쳐지면서 여러 이름들이 병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빈티지’라는 말이 가장 넓게 쓰인다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는 역시 빈티지다. 이 단어는 특정 스타일을 뜻한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물건을 폭넓게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그래서 실제 시장에서는

가구

조명

오브제

패브릭

등등

형태를 갖춘 사물이라면 거의 모든 오래된 물건 앞에는 ‘빈티지’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다. 형태가 아닌, 시간의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앤틱은 또 다른 시간의 묶음이다

앤틱(antique)은 빈티지의 하위 개념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시간성을 기준으로 한 또 하나의 독립적인 묶음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특히 유럽 앤틱 마켓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의 앤틱 딜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하나의 흐름이 공유되고 있다.


1940~1960년대 이전에 제작된 물건들은 앤틱 / 이 시점 즈음부터 제작된 것은 빈티지로 편의상 명칭을 구분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왜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사실 앤틱 딜러들 중에도 의견이 좀 분분한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분석-추정을 해본 결과 아래의 내용이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1940~1960년대를 기점으로,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는 제작 방식, 재료 수급, 유통 구조가 이후 시대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물건들의 속성도 꽤나 다르다. 따라서, ‘앤틱’과 '빈티지'의 연대적 구분을 실무적 편의차원에서 영국의 앤틱 딜러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추정을 해본다. 1940~1960년대는 즉 20세기의 중간 지점이고, 국내에서 상당히 유행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미드-센츄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앤틱'과 '빈티지'의 구분은 시대의 단절점을 기준으로 형성된, 영국 앤틱 딜러들에 의한 실무적 편의성을 위한 호칭에 가깝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 흐름 위에서, 영국의 앤틱 딜러들은 실무적으로 다음과 같은 표현들을 사용한다.


Antique
제작된 지 100년 이상


Old Vintage

제작된 지 약 60년 이상


Vintage

제작된 지 약 40년 이상


이 기준은 규칙이라기보다는 서로 거래를 편하게 하기 위한 공통 언어에 가깝다. ‘올드 빈티지’라는 표현은 앤틱으로 부르기에는 애매하지만, 일반적인 빈티지로 묶기에는 성격이 다른 물건들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났다.




레이트 빈티지, 브로캉트는 또 무엇일까


레이트 빈티지(Late Vintage)
빈티지 시기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해당하는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작 연대보다는 ‘세대 차이’를 표현할 때 쓰인다.


브로캉트(Brocante)

프랑스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물건의 연대보다는 시장 분위기나 거래 방식을 가리킨다. 앤틱·빈티지의 하위 분류라기보다, 문화적 표현에 가깝다.




디자인으로 나누려는 시도는 맞지 않다

국내에서는 종종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처럼 이런 저런 장식이 많으면 앤틱, 상대적으로 단순하면 빈티지로 구분하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 사조의 차이를 용어의 정의로 오해한 결과다. 국내로 물건들을 수입하거나 판매하는 앤틱 사업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본인들이 다루는 물건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구의 형태와 느낌을 토대로 '앤틱'과 '빈티지'를 자의적으로 구분짓는 우는 범하지 않길 바라며, 만약 이러한 판매자가 있다면 믿고 거르시라 권해드리겠다.




결국,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앞으로 빈티지를 배워보고 싶은 초보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접근을 제안한다.


이름을 정확히 외우려 하지 말 것

대신, 어느 시기의 물건인가를 먼저 볼 것

특히 1940~1960년대를 기준으로 제작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기억할 것

대답에서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일단 거를 것


이 정도로만 시작해도, 휘둘리지 않고 빈티지를 바라볼 수 있다.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경험이 안목을 키워줄 것이라 믿고, 느긋하게 천천히 걸어가보자.




정리


빈티지를 부르는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이 이름들은 형태 아닌 '시간'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앤틱, 올드 빈티지, 빈티지는 시장이 만들어낸 시간의 언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빈티지 시장에서 마주치는 이름들이 조금은 정리되어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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