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영화, 글래스를 보고
23 아이덴티티를 본 직후, "이게 3부작이라니!" 라는 생각에 그 어느 시리즈보다 후속작이 기대됐다. 글래스 개봉 소식을 앞두고 언브레이커블을 먼저 보고, 극장으로 향했다. 언브레이커블은 너무나 천천히 전개되어 다소 취향을 벗어났지만, 무려 19년 전의 영화이니 그다지 걱정은 없었다. 다행히도 글래스는 시작하자마자 제임스 맥어보이의 원맨쇼가 시작되며 눈을 뗼 수 없었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소름끼칠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23 아이덴티티에서는 장면이 전환되고 다른 인격이 나오는 연출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인격이 바뀌는 장면이 많았다. 정신과 의사 (사라 폴슨)와 케빈 (제임스 맥어보이)이 마주한 장면에서, 빛이 깜빡일 때마다 다른 인격이 나오는 장면은 앞으로 두고 두고 회자될 장면임에 분명하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미친 연기력" 같은 제목으로 SNS에서 수없이 공유될 것 같다. 감탄을 넘어 소름 끼칠 정도의 연기력, 영화를 보던 중 어느새 입벌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약간 창피할 정도였다 :) 샤말란 감독 작품이 골든 글로브나 아카데미와 연이 깊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는 상 하나 받아야 된다. 23 아이덴티티 때보다 더 놀라웠다.
반전 장인인 샤말란 답게 이번에도 결말은 세다. 굳이 반전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억지스럽지 않았고,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깔끔하고 좋았다.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또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30분 정도가 지나도 미스터 글래스 (사무엘 잭슨)는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제목이 '글래스'일까, 3부작이니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제목을 맡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한 방에 정리가 됐다. 제임스 던 (브루스 윌리스)과 비스트는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는데, 글래스는 너무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 역시 정리가 됐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스포를 하게 될 것 같아 여기서 이만.
23 아이덴티티를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돈 안 들이고 잘 찍는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보니 23 아이덴티티에 이어 이번에도 블룸하우스와 손을 잡고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이렇게 돈 안 쓰고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데, 제작자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감독이 또 있을까 싶다. 주연 배우 개런티 제외하면 돈 쓸 곳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못 봐서 블룸하우스의 존재를 겟 아웃을 통해 알게 됐는데, 앞으로 공포 영화만 아니라면 챙겨보게 될 것 같다. 겟 아웃도 그랬고 영화를 이렇게 영리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샤말란 감독의 더 비지트도 블룸하우스와 손 잡고 만든 영화라고 해서 호기심이 동하는데, 공포영화라서 손이 쉽게 뻗지 않는다 :)
평점을 보니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절대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23 아이덴티티는 물론, 언브레이커블도 봐야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또한 히어로물이라고 해서 마블 영화를 기대한다면 뛰쳐 나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작들을 좋아하고 전작들의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꼭 봐야 한다. 19년이 흘러 완성되는 시리즈의 마지막으로는 더 없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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