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영화, 미녀와 야수를 보고
“OOO의 실사화”는 기대와 우려를 한 번에 불러오는 단어다. 그 대상이 판타지에 가까울수록 우려는 커지기 마련이다. 같은 만화라도 “미생의 실사화”와 “드래곤볼의 실사화”, 어느 쪽이 더 우려스러운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미녀와 야수 또한 후자에 가깝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즈니는 그 어려운 판타지의 실사화를 너무나 멋지게 해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미녀와 야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고, 대략적인 스토리와 몇몇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원작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개봉 당시 기대작이 아니었는데, 아내가 엠마 왓슨의 팬이라서 같이 보러 간 정도였다. 이 영화의 리뷰를 쓰겠다는 말에 아내는 “극장에서 잤으면서”라고 한 마디 했지만, 그래도 후반부의 임팩트와 음악 덕분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내 기억 속에서 이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싱크로율에 놀란 초반과 다소 루즈한 중반 (잠든 부분…), 그리고 황홀하기까지 한 후반. 이 후반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은 벨이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영화는 두고두고 기억될 장면의 연속이었는데, 마지막 즈음에 벨 역의 엠마 왓슨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CG임에 불구하고 저주를 풀지 못해 생명이 다 하는 부분과 저주가 풀려 사람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그 어떤 연기보다도 울컥하게 한다. 사람 연기가 아닌 그래픽으로, 인간이나 동물 캐릭터가 아닌 사물에 눈코입만 표시해놓은 캐릭터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모션, 목소리 연기, 배경음악 등 모든 것의 조화가 만들어낸 명장면이다.
디즈니 영화답게, 뮤지컬 영화답게 영화 속 음악이 너무나 좋아서 한동안 앨범 전체를 듣고 다녔었다. 여러 곡들이 좋았지만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진 곡 3개가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주전자 미세스 팟의 목소리를 연기한 엠마 톰슨이 부른 Beauty and the Beast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시작으로, 야수 역을 연기한 댄 스티븐스가 부른 Evermore,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셀린 디온의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까지… 엔딩 크레딧마저 영상미가 너무나 좋아서 끝까지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난 일본 만화를 좋아해 실사화에 망한 영화를 숱하게 알고 있다. 최근에는 그 리스트에 진격의 거인과 강철의 연금술사가 추가됐다. 다시금 되뇌이게 되는 말이다. 약은 약사에게, 실사화는 헐리우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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