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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an 29. 2019

실화라는 양날의 검

열아홉 번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영화 제목만으로, 소재만으로 끌리는 영화가 있다. ‘국가 부도의 날’. 우리의 일상에 아직까지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건인 IMF를 영화에서 다룬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꼭 IMF만이 아니더라도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 자체가 드문데, 출연진도 훌륭하니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기엔 충분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다. 이 시대를 조명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토토가와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90년대는 지겨울 정도로 소환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원조 아이돌과 히트곡 등 당시에 인기 있었던 인물과 문화 상품 정도에 국한될 뿐이다. 그때 그 시절이 좋았고 요즘의 음악과는 클라스가 다르지, 하며 90년대를 그리워하지만 90년대의 가장 큰 사건인 IMF를 말하지는 않는다. 당시의 안 좋았던 상황에 여전히 가슴 아픈 사람도 있을 터, 그리고 현 상황 또한 그때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제는 조심스레 다뤄져야 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100% 팩트에 근거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 중대사인 만큼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 경제 지식이 부족하여 한시현 팀장(김혜수)의 주장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의 주장 중 누가 올바른 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구도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 경제문제에 정답이 없기에 후세에 판단할 문제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에 IMF 원조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지 극적 재미를 위해서 선과 악의 구도로 나누고, 악이 기득권으로 남고 선이 피해자가 됐으며, 20년이 지나 다시 보니 결국 선의 의견이 맞았다는 식의 결론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선과 악을 나누려면 더 과거로 갔어야 했다. 어쩌다 그 지경이 됐는지, 그 원흉은 악일 테니 말이다. 그게 한두 명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영화화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훨씬 몰입해서 본 부분은 그릇 공장 사장이자 가장인 갑수(허준호)의 이야기다. 이쪽은 팩트가 확실해서 그런 것 같다. 주위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대개 영화는 기승전결로 전개되며 ‘결’에서는 문제가 해소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결말이 국가부도이고 점점 나빠지기만 하니,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그게 불과 20년 전, 대다수의 현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영화의 댓글들을 보면 결국은 정치적 논쟁이 되어 버리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음) 적어도 “두 번 지기는 싫으니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마지막 대사만큼은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정말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니 말이다. 


두 번 지기는 싫으니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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