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영화, 트루먼쇼를 보고
한가로이 TV 채널을 돌리던 낮이었다. 여느 때처럼 어느 한 채널에 정착하지 못하고 채널이 돌아가던 그때, 20년 전 영화에 멈췄다. 트루먼 쇼. 고등학생 때 처음 보고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생각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니 참 앞서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몰랐는데 트루먼쇼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참 많다. 우선, 작품 스타일이 그렇다. 나는 아주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진 SF, 판타지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앤드류 니콜이 쓰는 작품들이 대개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혹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되, "나의 생활이 나도 모르게 전 세계로 중계된다면", "시간이 화폐가 되는 세상이라면", "완벽한 사이버 여배우가 존재한다면", "인간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진다면" 등 단 하나의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타카는 인생 영화 중 하나라 언젠가 아내와 꼭 다시 보고 글을 남겨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아내는 당시 초등학생이라 못 봤다고 한다 : ) )
그리고 출연진도 나의 취향이다. 사실 이 영화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오직 짐 캐리의, 짐 캐리에 의한 영화다. 물론 짐 캐리도 좋지만 나의 최애 배우는 따로 있다. 와이프 역할로 나온 로라 리니다. 그 이후에 접한 수많은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역으로 다시 만났을 뿐 아니라, 그녀의 단독 주연작 Big C는 시즌4 내내 로라 리니를 계속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보게 된 미드다.
이렇게 좋아하는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바라보며 다시 보던 중, 마지막 장면을 보며 생각이 참 많아졌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하나는 세상의 끝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트루먼의 탈출을 바라보던 내 심경이었다.
트루먼쇼는 설정 자체가 특이하다 보니 기억나는 장면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세트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한 세상의 끝을 만나게 되는 장면은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데, 심지어 음악까지 잘 어울린다. 배로 세트장을 뚫게 되는 장면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의 10여분은 어떤 다른 생각도 할 수가 없다.
20년 전에는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 사이에 나의 직업이 학생에서 직장인을 거쳐 프리랜서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예전에는 무대를 벗어나는 것으로만 보였지만, 이번에는 안정이 보장된 곳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의 말은 분명 궤변이지만, 그 공간이 완전한 트루먼 맞춤형 공간임은 틀림없으니깐 말이다. 세트장을 나간 이후에 분명히 지금보다 예측불허의 삶을 살겠지만, 그래도 그 선택에 만족하며 진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토록 열렬히 지지하던 쇼가 끝나자마자 싹 잊고 다른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의 모습은, 가볍게 보이지만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루먼쇼를 좋아하던 그 사람들처럼 나도 열렬히 좋아했던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정말 많다. 그래서 이렇게 짧게나마 적기로 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 덕분에 때마침 재개봉한 트루먼쇼 시사회에 초대받아 다시 한번 볼 기회가 생겼다. 트루먼쇼는 처음 본 이후에 여러 번 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큰 화면으로 보다니 감개무량.
위 내용은 인스타그램에 약 3주 전에 올린 내용에 이미지를 더 하고, 글도 편집해서 다시 올린 글입니다. 중간중간 이미지나 링크를 삽입할 수 있어서 좋네요. : ) 운이 좋게도 처음 올린 글로 시사회에 초대받아 그 내용도 추가되었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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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에는, 두 번째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리뷰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