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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pr 07. 2019

기발한 표현력으로 그려낸 인터넷 인사이드

마흔세 번째 영화 아닌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2를 보고


표현이란 것이 참 어렵다. 머릿속에서는 뭐든지 완벽하다. 사업 아이템도 대박 날 것 같고, 지금 내 생각은 멋들어진 문장으로 나올 것 같고, 그림이나 영상도 머릿속에서는 픽사 부럽지 않다. 머릿속에서는 휙휙 날아다니고 세련되게 반짝이지만 실제로 표현해보려면, 점 하나 찍는 데도 오래 걸리고 어렵다. 완전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겠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더 감탄스럽다. 전작에서 게임 속 모습을 멋지게 구현해낸 주먹왕 랄프 팀은 이번에 인터넷 세상을 정말 기막히게 표현해냈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이 빛났던 knowsmore


영화를 보면서 기발한 표현에 웃은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검색 창에서 글자 하나씩 입력할 때마다 만들어지는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이 가장 빛난 장면이었고, 사이트에 도착하자마자 난립하는 팝업창과 팝업 금지 기능의 표현도 센스 있었다. 인기 동영상을 선정하는 알고리즘의 의인화, 하트를 날리는 관중과 관중 앞에서 좋아요를 수집하는 모습, 댓글방에서 댓글 피드를 확인하는 장면도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아내하고 둘 다 빵 터졌던 부분이 이베이의 알림 서비스 이보이와 트윗을 물고 날아다니는 파랑새 무리들이었다. 둘 다 너무 귀엽게 표현이 됐는데, 거의 모든 푸시 알림을 꺼놓는 아내도 이보이라면 켜놓겠다는 소리를 할 정도 :) 


등장은 짧았지만 너무 귀여웠던 최애 캐릭터 eBoy


랄프와 바넬로피의 목적은 슈가 러시 게임이 버려지지 않도록 이베이에서 운전대를 구하는 것이었다. 처음 간 인터넷 세상에서 이베이를 찾는 과정만으로도 한참이 소요될 줄 알았는데, 스토리 전개는 생각보다 빨랐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로 돈을 버는 파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인기가 많았던 영상도 15초만 지나도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점이나 의미 없고 자극적이기만 한 영상에 좋아요가 몰리는 점 등을 꼬집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데 모여 반가운 디즈니 공주들


일부 리뷰에서 욕을 먹는 부분 중 하나인 디즈니 공주들을 활용한 장면도 좋았다. 디즈니의 단순한 IP과시로 치부하기엔 공주 각각의 특징을 잘 살렸다. 디즈니 공주들의 클리셰를 비꼬는 셀프 디스나 픽사 출신의 공주 메리다와 말이 통하지 않는 장면, 디즈니 공주들이 힘을 합쳐 랄프를 구하는 장면도 센스가 넘친다. 게다가 공주들 전부 당시 목소리를 연기했던 배우들이 다시 성우를 맡은 것도 반갑다. 그저 물량공세로 보기엔 어폐가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혹평이 많아서 놀랐다. 1편에서는 자기의 게임에 애착이 컸던 바넬로피가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나 1편의 터보와 다를 바 없어 캐릭터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1편의 터보와는 케이스가 확실히 다르고, 1편과 2편에는 6년이라는 간극이 있었다. 이 정도면 시들어버린 애착이 설명되는 시간이다. 캐릭터 붕괴, 설정 붕괴라며 혹평을 하기엔 장점이 너무 많다.


표현력이 빛났던 인터넷 속 세상


물론, 완벽하지만은 않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서 좋았는데, 빠른만큼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사족

도 생겼다. 후반부 바이러스로 인한 스토리 전개는 좀 뜬금없다는 느낌도 있었다. 내용도 그렇지만 거대해진 바이러스 랄프도 보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만한 연출이었다. 마무리 또한 여운이 남게 끝이 났는데, 이게 3편에 대한 예고였으면 좋겠다. 1편도 2편도 정말 마음에 들었던 시리즈라서 그 이후의 이야기도 보고 싶다.


이번 배경화면은 너무 귀여웠던 이보이로 만들어봤어요 : )

배경화면 다운로드 받기 : https://blog.naver.com/glim_gongjakso/221507405023

인스타그램에서는 보기 쉬운 카드 뉴스 형태의 리뷰로 올리고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glim_gongjak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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