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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pr 03. 2019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마흔두 번째 영화, 사바하를 보고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장재현 감독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종교를 소재로 택했다. 그래서 닮은 듯 보이지만 실은 많이 다르다. 영화의 분위기도 다르고, 나의 감상도 달랐다. 


검은 사제들을 통해서 오컬트를 처음 접했던 나는, 영화의 초중반이 어려웠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구마 의식을 시작할 때가 되자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졌었다. 그 이후에는 내용도 이해가 됐고, 3명의 연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1시간 가까이 진행되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반면, 사바하는 전작처럼 오컬트 현상을 대놓고 다루지는 않았다. 목사의 현실 고발처럼 보이기도 했고, 오히려 목사가 돈에 눈이 멀어서 멀쩡한 종교를 트집 잡는 풍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적당히 코믹도 섞여서 초반에는 예상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흘러갔는데, 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갑자기 다른 분위기가 된다. 이후 사슴 동산을 쫓는 부분과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며 나오는 과정은 일반적인 스릴러 장르와 닮았다. 그저 악의 대상이 마약상, 조폭이 아닌 사이비 종교인일 뿐 익숙한 장르였다. 스릴러 장르에 미스터리가 잘 결합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지만, 후반부에서 살짝 길을 잃었다. 평점을 봤을 때 용두사미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던 것을 알 것만 같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아내와 나는 둘 다 "재미는 있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바로 폭풍 검색을 했고, 해설이 영화 이상으로 재밌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있다. 감독이 참 많이 숨겨놨는데 처음 볼 때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감탄하는 영화. 최근에는 겟 아웃이 그랬고 (아마도 어스도 이런 류의 영화인 듯하다), 예전에는 설국열차도 그런 류의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검은 사제들도.


사바하는 목사가 주인공일 뿐, 전체적으로 불교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쌍둥이 소녀는 에서와 야곱 쌍둥이를 모티브로 했고, 이 영화의 주요 사건은 크리스마스 때 발생한다. 예수의 탄생과도 주요 이야기가 얽혀있는데, 이 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생략. 여하튼, 이런 식으로 불교와 기독교 소재를 잘 버무려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초현실적인 설정도 가미가 되어 감독 특유의 색이 유지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다. 영화가 끝났을 때의 감상과 여러 가지 해설을 본 후의 감상은 많이 다르다. 감독이 세심하게 신경을 쓴 부분도 있고,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이야기의 구조를 짠 것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설은 전문적으로 한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유튜브 링크만 추가했다. 이런 영상을 보면 해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 


비슷비슷한 영화가 판치는 영화계에서 이렇게 색깔 있는 영화를 내놓는 감독의 존재는 의미가 크다. 장르가 다양해진 것은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공포영화를 못 보는 겁쟁이인 나도 볼 수 있는 마지노선의 수위를 유지해줘서 좋다. 이보다 더 무서워지면 못 볼 듯 :) 어쨌든,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과 시대적 배경도 같게 설정을 했고, 두 영화의 크로스오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 생겼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잘 만들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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