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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Feb 21. 2019

뜻밖의 취향저격

스물아홉 번째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고


아무리 영화가 입소문을 타도 관심이 생기지 않는 장르가 있다. 바로 공포. 영화, 만화, 드라마, 책 등 가리지 않고 일단 관심 밖이다. 그나마 게임만 조금 하는 편인데, 그마저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링이나 주온은 물론이고, 곤지암 같은 영화가 화제가 되어도 아예 볼 생각을 안 한다. 아쉽지만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작품이라도 놓치는 영화가 꽤 있는 편인데, 검은 사제들 또한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또 하나의 놓쳐서 아쉬운 영화로는 장화홍련도 있다)



이번에 개봉한다는 사바하 예고편을 보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 아내가 검은 사제들은 또 봐도 될 정도로 재미있으니 같이 보자고 했다. 자기도 겁쟁이면서 못지않게 겁 많은 나를 위한 배려였다 :) 그리고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보면 사바하도 괜찮을 것 같으니 보러 가자고 하면서. 


검은 사제들은 시작부터 뭔가 음산하고 어려웠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접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구마, 장미십자회, 12형상 같은 단어는 낯설었다. 그리고 첫 장면부터 주문을 외우는 외국인 신부와 갑작스러운 차사고, 눈에서 불을 쏘는(?) 개까지...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 줄 알았다) 


이후에 등장하는 베드로 신부 (김윤석)가 뭘 하고자 하는지, 왜 다른 신부들 사이에서 골칫거리 대우를 받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된 상태로 몇십 분이 흘렀다. 병상에서 갑자기 깨어난 나이 많은 신부는 누구이며, 베드로 신부를 문전박대하면서 신경질을 내는 한 남자는 누구인지, 짜맞춰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부제 (강동원)가 구마 의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됐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드디어 김윤석과 강동원, 그리고 박소담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바로 전 굿을 하는 장면에서 받은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는데, 더 센 것이 나오기 위한 준비가 끝난 셈이다. 그리고 이 장면 이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다. 굿을 하는 장면이 단순히 시각적으로 충격적이었다면, 구마 의식은 예측이 되지 않는 전개와 소름 끼칠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박소담의 악령 연기에 완전히 넋이 나갔다. 박소담이 이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고 들었었는데, 왜 그런지 바로 납득이 됐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읽을거리를 찾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의미 없이 나온 장면은 하나도 없었고, 설령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하더라도, 신의 계시로 설명이 되어버려 별다른 문제도 되지 않는다 :) 개인적으로 마지막 택시 기사에 대한 정체에 대한 의견들이 흥미로웠다.


내가 이런 영화를 이렇게나 좋아했던가


나의 취향을 30년이 훌쩍 지나서야 알게 됐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취향 저격의 영화였다. 이런 류의 영화를 오컬트 영화라고 한다는 것도,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로 곡성도 해당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곡성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다. 해석의 여지가 너무 폭넓어서 난해하기까지 했던 곡성보다는, 이 영화가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 엑소시스트 같은 영화에는 도전을 못 하겠지만, 이런 류의 영화도 굉장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영화였다. 곧 개봉한다는 사바하가 이런 장르는 아니라지만, 잘 뽑힌 영화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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