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영화 아닌 드라마, YOU - 너의 모든 것을 보고
넷플릭스 가입 이후에 처음 보는 넷플릭스 자체 드라마로, 결혼 이후에 처음 보는 미드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자체 드라마는 굿 플레이스를 시즌 1까지만 봤었는데,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 넷플릭스 제작물에 대한 신뢰가 썩 높지는 않았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짬짬이 미드를 나름 많이 본 편이지만, 아내는 처음 보는 미드였다. 처음 보는 미드라서 안전빵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미드를 볼까 했지만, 또 처음 보는 것이니 짧고 굵은 게 좋을 것 같아서 신상 미드인 YOU를 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넷플릭스 미드에 대한 신뢰가 팍 올라갔다.
남자 주인공인 조는 SNS로 신상을 캐내서 완벽한 남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스토커다. 그것만 제외하면 멀쩡한데, 그게 선을 많이 넘었다. 상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인 벡은 조가 집착하는 것이 이해가 될 만큼 브라운 대학교를 다니는 미모의 재원이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첫인상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인상만큼은 갑이다.
이 드라마에서 초반에 몰입도를 확 높여주는 것은 조가 벡에게 접근하는 법, 즉 스토킹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구글 등 거창하지 않은 방법으로 속속들이 다 알아낸다. 사실, 우리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기본정보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보니 현실감이 높아져서 몰입이 잘 된다. 그 이후에는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자연스레 몰입이 된다.
목소리마저 좋고 잘 생긴 조는 사이코패스의 역할에 딱이었다. 가십걸을 보지 않아서 처음 본 배우였는데,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집착과 그것을 정당화시키며 살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은 강렬했다. 이런 싸이코 캐릭터가 주인공이면 정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집착 외에는 정의로운 부분도 있어서 묘한 캐릭터다.
벡은 아직 대표작이 없는 것 같은 신예에 가까운 배우 같은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이라는 미드에서 겨울왕국 안나 역을 맡았다고 하는데, 그런 판타지 역할보다 뉴욕의 대학생 같은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린다.
드라마는 조와 벡의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발생하는 별별 사건 사고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채우기에는 충분하지만, 중간중간 살짝 흘린 조의 과거와 전 여자친구에 대한 설명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시즌 2를 위한 떡밥 같은데, 부디 시즌 2에서는 잘 마무리가 되기를. 그리고 여러 시즌으로 끌고 갈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시즌 2 길어도 시즌 3 이내에 깔끔하게 끝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시즌 1의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면이 있지만, 이만하면 10화까지 쭉 텐션이 좋은 편이다. 미드는 중독성이 위험한데 다행히(?) 브레이킹 배드나 로스트 같이 시간 잡아먹는 괴물은 아닌 편이다 :) 미드를 열심히 보는 사람한테는 2~3일이면 정주행을 끝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너무 파격적인 엔딩이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데, 시즌 2가 올해 나오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빨리 나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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